“불법”의식 선거 거론 자제/평민 보라매집회 현장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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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파 적어도 “세 과시 성공” 자위/민자 “실패” 평가 역공활용 모색
○…1만3천여명의 삼엄한 경찰주변경비와 중앙선관위의 연설내용 「감시」속에 9일 오후 3시 치러진 평민당의 수서규탄 보라매대회는 쌀쌀한 날씨와 전날 내린 눈비로 땅이 진탓인지 예상보다 적은 5만여명이 모여 다소 썰렁한 분위기.
주최측은 지난해 7·27,10·13 보라매 대중집회때는 1백만,50만명이라고 각각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30만명으로 낮춰 잡았는데 김대중총재는 연설에서 『이 자리에 나와주신 50만청중 여러분 감사합니다』고 주장.
평민당의 한 관계자는 『사실 여기저기 빈자리가 많이 보여 씁쓸하긴 하지만 악천후속에 이정도라도 모였으니 다행』이라며 「세과시」목적은 일단 성공했다고 애써 자위. 이날 대회장에는 집회때마다 나타나 「자기목소리」를 높였던 대학생 집단과 재야운동단체들이 거의 없어 「평화적 대회」를 치르려했던 당방침이 자연스럽게 관철됐다.
○…오후 3시 정각 김대중총재가 무개차에 올라타 대회장에 들어서자 청중들은 사회자 유도에 따라 『김대중』『김대중』연호를 수십차례 외치는등 「정예부대」들 만은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홍영기 부총재,신민주연합당(가칭) 이우정 창당준비위원장에 이어 마지막 세번째로 등단한 김총재는 1시간10분 동안의 연설 모두에서 『오늘 이 자리에서는 오직 수서비리만 말씀드리고 선거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겠다』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은뒤 지자제분리선거를 비난하는 내용을 간간이 섞어가는 능숙한 기교를 구사.
김총재는 『고양이는 쥐를 잡기위해 있고 장사꾼은 돈을 벌기위해 있는 것처럼 정당은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그런데 이 정권이 이나라 제1야당의 입에 재갈을 물려 자기 멋대로 선거를 끌어 가려한다』며 박수와 함성을 유도.
그가 『우리당이 수서관련 부정한 돈 2억원을 정치자금으로 알고 받았으나 다시 돌려줬던 사실에 충심으로 여러분앞에 사죄한다』고 말하자 더욱 큰 함성과 연호가 터졌다.
○…김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노태우 대통령을 유난히 자주 거명하며 비난해 의원외유·수서사건 이래 「공안통치기」에서 노대통령에 느낀 반감을 직설적으로 표출했다.
그는 『노대통령은 군인출신이라 그런지 범죄와의 전쟁,물가와의 전쟁등 전쟁용어를 많이 쓰는데 나는 그런것 다싫고 수서척결을 위한 전쟁만 하라고 촉구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노태우정권은 이·장사건의 주범을 다 잡아 넣은 전두환 정권보다 더 못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김총재는 특히 『내가 노대통령에게 TV토론을 제안했더니 청와대측에서는 「안될줄 뻔히 알고 제안한다」고 비난했다더라』고 소개하고 『나도 그쪽에서 내 제안을 안받을 줄 뻔히 알고 제안한 것』이라며 폭소를 유도.
그가 『노대통령이 나와의 토론에 자신이 없으니 거부했다』고 소리 높이자 가장 큰 박수와 연호가 터졌다.
김총재는 또 『노대통령이 민자당합당으로도 제대로 안되니까 이제 검찰출신 공안세력으로 여야를 몰아넣으려 하는데 김영삼씨의 앞으로 운명이 흥미롭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경찰경비와 평민당측의 방침에 따라 집회후 충돌사태는 없었다.
○…민자당은 평민당의 보라매집회를 「실패작」이라고 평가하고 그 원인을 분석,기초의회선거운동 전략에 활용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민자당은 이날 보라매집회장에 사무처요원을 파견,수시로 청중수와 열기를 파악했는데 경찰추산 인파수가 1만명이라는 보고를 받고 『예상대로 형편없는 열기』라며 긴장을 푸는 모습. 집회과정을 추적한 기초의회선거대책반의 한 관계자는 『「수서」를 무기로한 평민당의 선거전략은 더이상 주목을 받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하고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전국순회집회전략을 변경할 가능성에 대비할 태세를 갖췄다.
민자당은 「보라매 열기 저조」를 역선전공세,기초의회 선거전략에 적극 활용하면서 「정당불개입 표방」전략을 더욱 확대·강화하기로 했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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