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집권 6주년/보수 반발로 개혁의지 퇴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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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옐친과 소유즈그룹이 협공/신연방 조약안 투표후 강경조치 예상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13일로 집권 만6년을 맞는다. 그의 개혁정책은 내외변혁과 내부저항에 직면,혼란에 처해있다. 그의 초반 개혁이 경제분야에 치중했다면 작년 10월 전당대회를 계기로한 개혁 2기부터는 정치·이념 등을 포함한 전반적 개혁을 모색했다. 권력구조에 대한 그의 개조시도는 권력집중작업을 수반하고 이는 저항과 도전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처해있는 소련정치상황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지난 6년동안 고르바초프가 실시해온 페레스트로이카는 정치분야에서 ▲구질서재편 ▲공산당 및 비헌법요소에 의한 통치에서 헌법에 기초한 법치주의에 중점이 두어졌다.
국제정치분야에서는 독일통일로 상징되는 냉전종식이 이뤄졌으며,바르샤바조약기구의 군사기구 및 코메콘(동유럽 경제상호원조회의) 해체와 동유럽 민주화로 이뤄진다.
국내적으로는 공산당의 권력독점이 폐지됐으며 국민들의 직접투표에 의한 의회구성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공산당 일당독재체제가 붕괴,공산당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각 구성공화국에서는 급진개혁파와 지역민족주의 세력들이 득세,탈소 독립을 추구해 연방체제를 고수하려는 크렘린과의 사이에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수세에 몰리던 공산당 및 보수파는 경제개혁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과도기적 혼란이 지속되자 지난해 10월 이후 일대 반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공산당 창당,보수파 이바쉬코의 소련공산당 부서기장 선출,정통보수파 야나예프 부통령 취임,셰바르드나제·야코블레프 등 개혁파인사들의 정치일선에서의 후퇴는 보수파·개혁파의 갈등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소련 국내정치상황은 옐친으로 대표되는 급진개혁파와 소유즈그룹으로 상징되는 극단보수파,그리고 중간에 개혁적 성향의 온건보수파인 고르바초프가 위치,좌우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하일 고프바초프 소련 극동문제 연구소장은 개혁에 반대했던 보수파 뿐만 아니라 한때 고르바초프의 측근이었던 인사들까지도 고프바초프를 비난하는등 최근 정세가 점점 고르바초프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티타렌코 소장은 『페레스트로이카가 대외적으로 각광받을 때는 고르바초프의 측근임을 과시하며 영광을 누렸던 인물들이 이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책임을 고프바초프에게만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가브릴 포포프 모스크바시장등 급진개혁파는 『고프바초프가 군부 및 보수파들의 압력에 밀려 페레스트로이카를 포기하고 권력유지에 급급하고 있다』고 고르바초프에 대한 비난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같은 혼란속에서 보수파들은 지난달 23일 모스크바시에서 반옐친 친보수데모를 벌여 보수파의 반격이 시작됐음을 예고했다.
이에 맞서 다음날인 24일 개혁파들은 친옐친 반고르바초프 데모를 벌였으나 소련사회 전체에는 보수회귀와 이에 대한 대항세력부재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지난달 26일 옐친,포포프 등 급진개혁파가 소련을 대결과 내전의 위험으로 몰고 있다고 개혁파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이어 28일 『정치세력들이 혁신색채를 강화하고 지나친 요구를 내걸어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공산당을 중심으로 사회혼란을 막기 위한 중앙집권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강경발언은 보수·개혁파간 대결이 불가피함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스크바의 정치분석가들은 오는 17일 실시될 신연방조약안에 대한 국민투표 이후 그 결과에 따라 모종의 강경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국내정치상황이 이와 같이 불안정하고 혼미스런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셰바르드나제 전 외무장관은 『독재나 내란발생의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다』고 지적하고 옐친과 고르바초프간의 화해를 촉구하고 나섰으나 두 사람간의 화해는 이미 시기를 놓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고르바초프는 개혁정책의 실패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있으며,이를 벗어나기 위해 한때 자신이 탄압했던 보수파들과 손잡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6년전 「제2의 10월혁명」 페레스트로이카의 횃불을 높이 들었던 개혁주의자 고르바초프의 오늘날 모습은 그가 시대에 뒤진 집단이라고 비난했던 보수주의자의 그것으로 변해가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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