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 양산하는 사회풍토(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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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품의 불량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공업진흥청의 발표에 따르면 주요수출품의 수출검사 불합격률이 88년의 3%에서 작년에는 두배 이상인 6.1%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제품의 불량률이 지속적으로 빠르게 높아져 온 시기가 수출부진의 주목을 끈다. 89년부터 수출이 활력을 잃고 작년에는 마침내 무역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으며 금년 역시 상당규모의 적자를 내다보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는 수출부진의 주된 원인이 높아진 임금,환율의 불리한 움직임,그리고 선진국의 보호주의에만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에 빠져 있었다.
그동안 우리 산업사회에서는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갖가지 형태의 품질관리활동이 전개돼 왔으며 부분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사례들이 종종 발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불량률이 높아져 갔다는 사실은 품질개선 노력을 상쇄하고도 남는 품질악화의 원인이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불량제품의 증가가 부각될 때마다 산업계의 노사분규 악화가 으뜸가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상례가 되고 있다. 노사분규로 말미암아 생산현장의 기강이 해이된 분위기 속에서 좋은 제품이 만들어질 까닭이 없다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발견된다. 생산근로자를 포함해서 사회구성원의 대다수가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는 노력보다 남이 한 일에 대한 평가와 비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풍조가 사라지지 않는한 비단 상품 뿐만 아니라 포괄적 의미의 사회적 생산활동 불량률은 좀체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사람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다. 따라서 소비자의 자격으로 좋은 품질을 요구할 때와 꼭같은 강도로 생산자의 신분으로 양질제품의 생산에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한 수출부진은 말할 것도 없고,경제발전 자체의 기반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을 차제에 재삼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이같은 시각에서 한일간의 제품불량률 비교는 더욱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상공부의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부품의 불량률은 한국이 일본보다 20배,세탁기 부품은 4백5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품의 불량률의 차이가 사회 전체의 직무수행불량률 차이와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수출의 확대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의 건강성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모든 형태의 생산활동에 걸쳐 질적 수준을 대폭 끌어 올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생산현장의 근로질서,품질개선에 필요한 기술·설비투자를 확충해야 하는 기업의 노력,그리고 직무에 정성을 쏟는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사회분위기의 유지등 품질개선의 제반조건 성숙에 정부도 기업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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