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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북한 회사 10곳 아직도 사치품 조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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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카오 중심부에 자리 잡은 톈밍(天明)상사. 지금도 북한 지도부가 원하는 물품을 구매해 북한으로 보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마카오=최형규 특파원]

30년 이상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였던 마카오의 조광무역이 지난해 말 사실상 철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직도 10여 개의 소규모 북한 무역회사들이 현지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마카오 당국에 등록된 북한 기업은 모두 18개로 파악됐다. 조광무역도 아직 현지법인 등록을 철회하지 않고 있어 여기에 포함된다.

18일 현지 사정에 밝은 익명의 소식통은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북한 무역회사들은 조광의 자회사쯤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관계자가 홍콩의 한 한국 시중은행에 북한산 금괴 판매를 타진한 사실도 확인됐다. 외화벌이와 북한 지도부가 원하는 물품 구입을 위해 현지의 북한인들이 지금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 긴요한 물품 조달해 북한으로=최근 방문한 마카오 중심부의 톈밍(天明)상사에는 여직원 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북한과 어떤 무역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회사에 북한인은 없고 북한과 무역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 국적의 박수덕(53)씨가 이 회사 직원으로 비자를 받아 마카오에 입국했으며, 지금도 직원으로 등록돼 있다"고 확인해 줬다. 다른 관계자는 "톈밍은 수년 전 북한과 홍콩인이 공동 투자해 만든 회사로, 고급 카펫 무역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상층부가 지시하는 물품을 조달해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 주임무"라고 말했다.

마카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마카오에 등록된 북한 회사의 직원으로 입국 비자를 받은 북한인은 모두 115명으로 이 중 20명은 마카오 시민권도 갖고 있다. 톈밍 외에 활동 중인 주요 회사로는 원양어업을 하는 시운봉 원양국제집단 유한공사가 있다. 이 회사는 북한인 김형욱(68).최일남(57)씨가 경영하고 있다. 인삼 등 북한산 건강식품을 파는 다액심 상사는 김승복(50)이라는 북한인이 사장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문화행사를 담당하는 조선민예연합상사는 호삼킷(47)이라는 현지인과 북한인 김윤상(62)씨가 공동대표로 올라 있다.

◆ 한국의 은행에 금괴 판매도 타진=홍콩에 주재하는 한국의 한 시중은행 간부는 최근 한 무역상으로부터 북한산 금괴 수입을 부탁받았다. 그는 "거래하는 북한 회사가 한국의 은행을 통해 금괴를 팔고 싶다며 중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은행 간부는 "금괴 수입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홍콩.마카오=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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