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친 실의와 좌절에 마약 손대/구속된 박지만씨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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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모 잇단 참변에 사업마저 실패/말상대 없는 독신생활로 우울증
7일 향정신성 의약품관리법 위반혐의로 수원지검에 구속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33·사업)의 히로뽕 복용사건과 관련,동정과 비판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부모의 총격피살이 던져준 정신적인 충격,결혼·사업실패 등에 따른 좌절과 실의가 박씨를 마약의 늪에 빠져들게 했다는 것이 검찰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박씨는 89년 2월에도 히로뽕 상습복용자로 검찰의 수배를 받자 자수,기소유예로 풀려났었다. 결혼을 며칠 앞두고 입건되는 바람에 결혼까지 실패,독신생활을 해온 박씨는 박태준 포철회장의 주선으로 89년 봄부터 전자석 원료를 생산하는 삼양산업(충남 금산) 부사장으로 취임,새 삶을 시작했었다.
박씨는 회사일로 대전에 머무르는 주중에도 대전 15평짜리 아파트에서 혼자 빨래하고 밥까지 지어먹으며 외로운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씨는 마약사범으로 조사받은 후부터 친구는 물론 말상대조차 없어 심한 외로움에 시달려 왔으며 경영수업 미숙으로 사업실적까지 부진하자 결국은 히로뽕에 다시 손대게 된 것으로 검찰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박씨가 검찰수사망에 포착된 것은 히로뽕 소매상 김명숙씨(35·여)가 구속된 지난달 10일. 검찰은 김씨의 고객수첩에 적혀 있는 「30대 남자 박씨」의 정체를 추궁한 끝에 『박대통령의 아들과 닮은 얼굴이었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김씨와 공범인 안기현씨(40·여·수감중)로부터 지만씨가 틀림없음을 확인했다.
검찰수사관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4일 만나자는 전화를 받자 회사근무복인 감색점퍼 차림으로 약속장소인 서울 방배동 카페에 나와 히로뽕 복용사실을 순순히 자백하고 『죄송하다』『후회스럽다』는 등의 말만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박씨는 81년 육사졸업 후 포병소위로 임관,전두환 전 대통령의 보살핌속에 초임장교 시절을 보내다가 86년 3월 대위로 제대했다.
박씨가 마약속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83년. 처음에는 대마초를 피웠으나 대마사범이 된서리를 맞자 모교인 J고교출신 부유층 선·후배들과 히로뽕을 흡입하다 89년 2월 검찰에 자수했었다.
검찰조사 결과 박씨는 지난 1년여동안 히로뽕 밀매로 알게된 패션전문가 안기선(40·여·구속),술집마담 차순영(40·수배중)씨 등과 어울려 히로뽕 흡입뿐만 아니라 정맥주사까지 맞았던 것으로 밝혀졌다.<수원=정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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