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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성] 탕기 영감 없었으면 고흐가 있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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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초상화에 등장하는 탕기 영감은 몽마르트의 화방 주인이었다. 그는 가난한 화가가 화구 값 대신 그림을 들고 가면 잠자코 받았다. 그 그림은 돈푼에라도 팔려 나갈 운명이 됐다.

앵그르의 그림 '레오나르도의 죽음'에는 죽어가는 레오나르도의 몸을 떠받친 프랑수아 1세의 모습이 담겨 있다. 레오나르도는 예술을 사랑한 프랑수아 1세의 강력한 후원 아래 안정되고 편안한 만년을 보냈다.

렘브란트는 암스테르담 시민대로부터 18명의 단체 초상화를 주문받았다. 렘브란트는 시민대가 긴급 출동한다는 극적인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몇몇 군인의 모습을 제대로 그리지 않았다. 주문자들은 불만을 표했고, 결국 얼굴 수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명작 '야경'은 그렇게 탄생했다.

15세기 르네상스 이후 수많은 예술작이 쏟아졌다. 그 뒤에는 예술가를 독려하고 지원해준 패트런이 있었다. 고흐 그림을 받아줬던 탕기 영감이나 레오나르도를 후원한 프랑수아 1세, 렘브란트에게 그림을 주문한 암스테르담 시민대 또한 화가의 창작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패트런이라고 부를 수 있다.

오늘날 패트런은 예술가의 작품 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통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위대한 작품은 어떤 형태로든 패트런의 뒷받침 없이는 생겨나지 않는다"며 패트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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