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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최소화" 고육책|서울 음대 "재시험" 결정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입대 입시 부정 사건과 관련된 학생 5명의 합격을 취소, 재시험을 치르기로 한 서울대의 결정은 국내 대학 입시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입시 부정 처리에 하나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음대 입시 부정 사건이 드러났으나 부정 합격자들의 처리에 혼선을 빚어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이화여대·건국대·부산여대 등의 대학에는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대가 부정관련 합격자 5명의 합격을 취소하되 이들에게 재시험 응시 자격을 준 것은 학교로서는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입시 부정이 국회의원 뇌물 외유·수서 특혜 등 사회 전반의 부정·비리 사건과 거의 동시에 터진 만큼 국민 감정은 부정 관련 학생들의 합격을 취소, 일벌백계의 엄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점에서 서울대 측의 처리 방안에는 비만의 여론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학교로서는 국민 감정을 염두에 두더라도 학부모와 심사위원간의 금품 수수 행위가 합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실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대에서 성급히 부정 관련 학생들을 불합격 처리 할 경우 당사자들의 소송, 부정 사례 폭로 등 후유증이 예견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풀이다.
서울대 측은 지난달 초 ▲검찰 수사 자료를 검토할 수 없어 구속된 심사 위원들이 학생들의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 수 없고 ▲부정 여부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학생들만 등록을 유보시킬 경우 신원이 드러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목관악기 첼로부문 합격자 15명 모두의 등록을 보류시켰다.
학칙상 일단 등록한 학생에 대해 합격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마땅한 규정이 없는 만큼 훗날 부정 관련 학생들의 합격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다소간 선의의 학생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부정과 관련 없는 학생·학부모들은 강력히 반발했으나 학교측은 『절대 억울한 희생자가 없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무마했다.
이 과정이 한달 이상 끄는 바람에 결국 2일 합격자 15명 모두의 입학이 유보됐었다.
이같이 시간을 끌던 부정 합격자 처리에 전기가 마련된 것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측이 검찰의 공소장 등 수사 자료를 공람하면서부터.
학교측은 이날 법대·음대 교수 등 10여명으로 실무위원회를 구성, 28일부터 사흘동안 검찰 수사 자료 내용을 면밀히 검토, 구속된 심사위원들이 수험생 5명에게 높은 점수를 매겨 합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대는 이에 따라 4일 이들 5명의 합격을 취소했으나 『입시 부정에 학생들이 직접 연루됐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재시험에 응시할 자격마저 박탈하기는 어렵다』며 재응시 기회를 주기로 결론을 내렸다.
한편 부정 관련 학생들의 등록을 받았으나 입학을 유보한 이화여대·건국대 등도 이들 3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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