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은 뒷전" 주먹질 추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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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부산=김인곤 기자】2년만에 부산에서 치러진 농구 대잔치가 선수들간에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고 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등 난장판으로 탈바꿈,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3일 기아자동차-현대전자전은 경기 시작 전부터 체육관을 가득 메운 1만5천여 청소년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전으로 다소 들떴으며 양측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치열한 몸싸움을 거듭하다 전반 5분쯤 현대 임달식이 기아 허재를 주먹으로 가격, 넘어뜨리자 양팀 선수들이 몰려나와 경기가 30여분 동안이나 중단되는 추태를 벌였다.
이날 양팀은 전반 2분쯤 기아 골 밑을 파고들던 현대 김성욱과 맨투맨 수비를 벌이던 기아 김유택이 볼과 상관없이 4, 5차례의 충돌을 빚으면서 분위기가 격화되기 시작했다.
3분 후 현대 측 좌측 코너를 파고들던 허재가 전담 마크맨인 임달식의 과잉 수비에 막혀 쓰러졌다.
역시 볼과는 무관한 몸싸움.
허재는 일어나면서 임에게 머리를 들이밀었고 임은 곧바로 허재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해버린 것.
장덕희 주심은 『두 선수 모두 퇴장』을 선언했고 『맞은 선수가 왜 퇴장이냐』고 항의하던 허재는 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어차피 똑같이 퇴장당 할 바엔 나도 때리겠다』며 임에게 달려들었고 임은 발길질로 맞섰는가 하면 김성욱 마저 가세, 허재를 또다시 쓰러뜨렸다.
양측 코칭스태프의 만류로 임·허 두 선수를 퇴장시킨 가운데 경기는 속행됐으나 기아 측에서 『김성욱도 퇴장시켜야 한다』고 주장, 3분여 동안 다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허재는 이날의 충돌로 전치 3주의 부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당초 과열된 분위기를 감안, 김유택·김성욱의 머리싸움 때 엄중한 경고 등 적절한 제재 조치를 취했더라면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심판 능력의 부족을 지적하는 한편 『당초 열세인 현대 측의 계획적인 도발 (?)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의 폭력 사태에 대해 체육부는 일단 농구 협회의 자체 징계 과정을 지켜본 후 차후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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