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라크 패전 무관론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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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제 무기 낡고 부품공급 제때 안돼”/방공체제 다시 검토 필요성은 인정
일부에서는 걸프전쟁을 미국과 소련의 간접적 대전으로 보았다. 미국등 다국적군에 대항하는 이라크의 무기와 전략이 소련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장차 미소간에 벌어질지도 모를 전투양상을 걸프전쟁에서 보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같은 전쟁이 이라크의 패배로 끝나자 모스크바는 재빨리 걸프전쟁에 대한 소련의 무관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크게 ▲이라크군이 보유한 무기는 다국적군의 하이테크 무기에 비해 볼때 오래전 개발된 낡은 무기이며 그나마 숫적으로도 열세고 ▲이들 무기에 대한 부품공급이 대 이라크 경제봉쇄로 중단됐으며 ▲이라크는 소련식 전술·전략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련 군사관계자들은 이밖에도 이라크무기중 프랑스제 미라주 F1전폭기처럼 서방에서 구입한 것도 있음을 지적하고,이라크군 장교들중 상당수는 서방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다는 사실도 함께 지적한다.
이들은 특히 이번 걸프전중 이라크군이 소련군들이 가르친 전술·전략을 전혀 따르지않고,이란과의 8년전쟁을 통해 얻은 전술·전략을 사용한 것이 가장 큰 참패요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소련군 일반참모학교 교관 빅토르 고르바초프 중장은 이와 관련,『이라크군은 막강한 다국적군에 맞서 싸울 전쟁준비를 하기보다 말로만 엄포를 놓은 수사에만 급급했다』고 이라크의 전쟁전략을 평가했다.
한편 이라크군이 보유한 소련제무기와 관련해선 스커드미사일은 60년대 개발,70년대 실전배치된 낡은 무기인데다 서독기술진이 사정거리를 늘려 개량하는 과정에서 성능이 크게 떨어졌다고 주장하는등 이번 전쟁은 『소련의 최신무기가 동원된 전쟁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비교적 최신 소련제 무기인 T62 탱크와 M18 헬기에 대해선 시리아가 보유한 이들 무기가 단 한대도 사용불능상태가 된 사례가 없음을 들어 소련제 무기들이 제성능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와 함께 이들은 미국의 최신예 M1A1에이브럼스탱크가 엔질필터를 자주 갈아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다른 한편으로 소련 군사관계자들은 이번 걸프전에서 드러난 소련 군사력의 약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참모부 전술전략연구센터 소속 니콜라이 쿠첸코 소장은 소련이 다국적군이 보유한 최신무기와 같은 성능의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일부만 가지고 있다』고 답변,소련군의 군사기술개발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인정했다.
소련이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방공체제다.
드미트리 야조프 국방장관은 최근 최고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소련 방공군 사령관 라힘 악추린 대장은 『현재 소련 방공체제는 적으로부터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그러나 2∼3년뒤 어떻게 될지는 자신이 없다』고 강조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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