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수석대표 이르면 오늘, 북한 김계관 만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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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사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말수가 부쩍 줄었다. 지난달 초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생긴 일이다. 차분하게 대북 협상의 어려움을 설명하던 모습은 찾기 힘들고 "진행 중인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는 공식적인 답변이 앞선다.

천 본부장은 16일 오전 10시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떠난다. 그 시간, 협상 파트너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도 평양발 베이징행 고려항공기에 탑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16일 또는 17일 별도로 만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16일 일본을 들러 17일 베이징에 도착하는 등 미국.일본.러시아의 협상대표단도 주말 베이징에 집결한다. 각국 대표단은 18일 6자회담이 열리기 전에 다양한 양자.3자 형식의 접촉을 갖는다. 주말에 사실상 6자회담의 막이 오르는 것이다.

천 본부장에게 주어진 임무는'실질적 진전'이다. 북한의 핵 포기를 상징하는 가시적 조치에 대한 합의를 의미한다. 송민순 신임 외교부 장관은 13일 브리핑에서 "우리가 가진 입지를 바탕으로 미국.중국과 긴밀히 공조하고, 북한과도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면서 회담의 진전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 위협으로 경제적 지원, 체제 보장 등 필요한 것을 한목에 얻으려는 북한과 핵 폐기 의지를 완벽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북한에 원하는 것을 내줄 수 없다는 미국의 간격을 줄이는'중재자'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천 본부장의 전임 6자회담 수석대표인 송 장관은 북한과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도 6자회담 데뷔전을 치를 천 본부장에게는 부담이다.

천 본부장은 1999년부터 2년 동안 북한 경수로 건설사업 관련 일을 맡아 북한을 자주 왕래했다. 북한을 잘 알고 영어 실력이 출중하다는 게 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그는 최근 "내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북한.미국.중국 등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도록 뒤에서 '숙제'를 내주는 일에 전념하겠다"며 "6자회담장에서 내 모습이 자주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판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동북아시대위 주최의 포럼에서는 "극심한 경제난이라는 북한의 불행한 상황이 핵 폐기 협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비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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