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동기생 누르고 우승해 기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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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드러움의 마술사'조한승(사진) 9단이 이세돌 9단을 3대1로 격파하고 박카스배 천원전 우승컵을 따냈다. 결승 첫 대국에서 패배했을 때만 해도 '이세돌에겐 역시 안 되는구나'싶었다. 이세돌 9단이 10월 이후 초강세를 보인 탓도 있지만 조한승 9단이 '2% 부족하다'는 세간의 평가 그대로 결정적인 승부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한승은 1패 후 3연승으로 정규기전 생애 첫 우승을 만들어냈다. 13일 조 9단을 만나봤다. 조 9단은 180㎝가 넘는 후리후리한 키에 준수한 용모를 지녔다.

-정규기전 첫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은(조한승은 신예대회에서만 3회 우승했었다).

"프로 입단 11년 만이다. 입단 동기생인 이세돌 9단에 비해 너무 늦은 탓인지 의외로 덤덤한 기분이다. 그러나 강한 상대를 이기고 우승한 것은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우승을 결정지은 4국(12일)은 조한승의 명국이었다고들 말한다.

"(웃음)명국은 쑥쓰럽다. 초반 출발이 좋았고 상대가 두 번의 악수 교환을 해 주는 바람에 쉽게 페이스를 이끌 수 있었다."(조한승은 4국에서 235수 만에 흑불계승했다)

-항시 '기량은 충분한데 2%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그 2%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만 부족하다면 영광이겠지만 그런 의미가 아닐 것이다. 내 바둑이 근성이나 치열한 면이 부족하다는 지적으로 알고 있고 그 점을 인정한다. 나는 사실 나만의 생각에 빠져 오판을 하거나 느슨해지는 경우가 많다. 낙천적인 면도 지적되는데… 그건 약점도 되지만 장점도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조한승 9단의 바둑은 부드러운 행마와 탁월한 감각 탓에 조훈현 9단의 젊은 시절과 비견되곤 한다.

"조훈현 9단의 젊은 시절 바둑을 많이 보지 못했다. 그러나 조훈현 9단의 스타일은 나의 느슨함에 비할 때 훨씬 날카로운 것 아닐까. 내 생각엔 오히려 유장하고 낙천적인 유창혁 9단과 닮지 않았나 싶다."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내년도 한.중 세력판도를 전망한다면.

"중국은 올해 실력 이상의 성적을 냈을 뿐이다. 아직 한국이 밀리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보급이나 인기 등 환경이 좋은 중국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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