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차남 문석씨 … "변함 없이 아버지 존경" 주간지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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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79.전경련 회장) 부자(父子)는 화해할 수 있을까. 부자간의 경영권 갈등 국면에 화해의 조짐이 약간 비치고 있다. 강 회장에 맞섰던 차남인 강문석(45)수석무역 대표는 최근 한 경제주간지를 통해 "아버지를 존경하고 따르는 마음에 변함없다. 언젠가 아버지의 자랑스런 아들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나의 아버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다.

강 대표는 이 글에서 "중요한 건 진심이 아닐까 싶다"며 "진심은 하늘이 알아준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말했다. 기고문이 나가자 재계 일각에선 동아제약 경영권을 둘러싼 강 회장 부자간의 갈등이 다소 수그러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강 대표 측근은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이 여전하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그동안 동아제약 경영권을 둘러싸고 강 회장과 갈등을 겪어왔다. 강 회장은 4남 강정석(42) 동아오츠카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심경을 나타냈다. 강 대표는 2003년 동아제약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가 이듬해 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동아제약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자 간에 이견이 표출됐고, 급기야 강 회장은 아들에게 대표이사 사퇴를 종용했던 것이다.

기고문에서 강 대표는 구조조정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동아제약 기획조정실을 맡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덕분에 동아제약은 강한 체질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아버지는 당시 회사들이 문을 닫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 (구조조정을) 무척 꺼렸다"고 부연했다.

부자 간의 경영권 다툼은 올 들어서도 계속됐다. 강 대표는 7월 동아제약 지분 15만 주 가량을 집중 매집, 자신의 지분과 자신이 대표로 있는 수석무역 보유 지분까지 합쳐 지분율을 5.59%로 높였다. 반면 강 회장의 지분은 현재 5.2%에 그친다. 그러자 강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식이라도 능력이 없으면 회사를 물려줄 수 없다"며 4남 강정석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강 대표가 부친과 화해는 하되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강 대표는 기고문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식의 도리와 경영자의 도리가 같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또 "경영자는 임직원과 주주와 고객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나는 직원.주주.고객의 이익을 충족시킬 뿐더러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우뚝 서는 데 최선을 다한 경영자로 기록되고 싶다"고 했다. 이는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라고 해석될 만한 부분이다.

정선구·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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