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쓰는 땅"매입 편법허가 공언|포기한 조합원 몫 딱지 장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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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비리>
89년 결성된 서울상계동 주택조합은 당초 1백여명의 직장조합으로 출발,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중도금 10억여원으로 도봉구일대 녹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관할구청의 입지심의과정에서 택지조성이 어렵다는 판단을 받아 30여명의 조합원이 중도금 납부를 거부, 2년째 시공조차 못하고 있다.
조합구성인가를 받은다음 구입한 녹지를 건설부를 상대로 로비 하면 형질변경이 될 수 있다고 조합간부들이 조합원을 속였기 때문이다.
88년 시울 염창동 O아파트분양을 둘러싼 비리는 조합간부가 서류를 위조, 자격이 없는 직장조합원을 유자격가로 만들어 거액을 가로챈 대표적인 케이스.
체신부 6급 공무원으로 직장조합총무를 맡아온 조모씨는 이 아파트 9가구분을 체신부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에게 분양시킬 목적으로 일반인 9명을 공무원주택조합에 가입시켜준다는 조건으로 개인당 4백90만원을 받았다.
조씨는 이들을 체신부공무원으로 속이기 위해 광화문우체국장 명의의 재직증명서를 위조했다.
조합간부의 비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단 조합결성인가를 받은 후 조합원중의 일부가 경제사정으로 중도금을 연체하면 그 조합원에게 중도금을 돌려주고 생긴 딱지를 부동산업자에게 되팔아 큰 차익을 남기기도 한다.
지난해 8윌 분양된 서울 C주택조합은 택시예정지구로 구입한 땅이 철거민문제로 한때 사업추진이 곤란해져 조합을 탈퇴한 10여명의 분양권을 조합간부들이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되팔아 1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취해 말썽이 됐었다.
6일 경찰에 주택건설촉진법위반혐의로 구속된 한양대직장주택조합장 임인호씨(52·안산캠퍼스 사무부처장)는 무주택자 명의를 빌려 조합을 결성, 이들의 분양권을 팔아 거액을 챙긴 경우.
임씨는 88년7월 한양대 청소부·수위 등 무주택자 17명 명의를 3백만∼7백만원을 주고 빌려 주택조합을 결성, 서울 잠원동에 건축중인 잠원연합직장주택조합에 가입, 34평형 아파트 17가구분의 분양권을 받아 타인에게 넘겨 미등기전매토록 하고 8백만원을 받았다.
이 경우 일정액의 사례금을 받고 명의를 빌려 준 자격자가 아파트가 분양된 뒤 값이 치솟을 경우 사례비를 더 요구하면서 등기이전을 해주지 않아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관할 구청에서 조합구성인가를 받은 후 택지건립예정지가 입시 심사과정에서 그린밸트나 자연녹지로 확인돼 택지조성이 불가능한 곳으로 드러나 사업승인이 어렵게 되면 조합측은 거액의 로비자금을 건설부 등 관계기관에 뿌려 택지로의 형질변경을 얻어내는 비리도 서슴치 않는다.
이 로비활동을 보다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한보의 경우처럼 군부대를 비롯, 경제기획원·농림수산부 등 정부기관·언론사·금융기관 등 유력단체를 끌어들여 연합주택조합을 결성하게 된다.
지난해말 현재 전국의 1천4백97개 주택조합 거의 대부분이 10∼20개씩 이러한 연합주택조합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도 사업 시행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보다 쉽게 헤쳐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주택사업승인이 불가능한 땅을 이용, 사기·변칙 분양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검찰에 적발된 이택수씨(45·구속)는 경기도광명시하안동 9천여평의 땅에 31평 아파트 2백62가구를 건립한다는 팸플릿과 캐덜로그를 만들어 선전, 1백여명의 조합원을 모집해 청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32억여원을 받아 가로챘다.
검찰조사결과 문제의 하안동지역은 아파트건설에 필요한 상하수도·전기 등 도시기반시설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데다 2백50가구가 넘는 무허가건축 입주자들이 거주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사업승인이 날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직장조합을 설립해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딱지를 발행, 유통시켜 무주택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도 있다.
지난해 1월 검찰에 구속된 이은재씨(40·사업)는 (주)한양직장조합 등 11개 직장조합으로 구성된 쌍문지구연합직장조합이 쌍문동에 부지를 확보, 31평형 5백82가구를 건설한다는 사실을 알고 연합조합장에게 l억2천여만원을 주고 60가구분의 분양권을 받아 서울방배동 A유통회사를 상대로 딱지 60장을 장당 프리미엄 5백만원을 받고 팔아 3억원을 챙겼다.
이와 함께 주택조합은 일반분양아파트처럼 원가연동제에 따른 건설부 고시가격제한을 받지 않고 주택건설비를 자율적으로 산정 할 수 있어 시공업체로서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주택조합과 밀착된다.
이러한 밀착관계는 주택조합대행업자를 통해 알선되고 유지된다.
대행업자들은 주택조합원들이 건축법이나 부지매입 절차에 어둡기 때문에 사업승인까지의 모든 행정절차와 로비를 대행해주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다.
설계사무소인 덕유패밀리를 운영하는 오교열씨(37)는 89년3월 서울 구로지역 교직원주택조합으로부터 택지용 부지매입부탁을 받고 구로동소재 대지3천여평읕 48억원에 자신이 산,것처럼 해 미등기전매 수법으로 조합측에 52억원에 팔아 4억원의 전매차익을 남겨 검찰에 적발됐다.
당시 오씨는 『서울에서 최소한 30여명의 대행업자가 사무실을 차려놓고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뒤에는 항상 중소건설업자들이 붙어있어 시공권을 둘어싼 로비를 받는다』고 밝혔다.
오씨는 또 자신은 30여개 주택조합과 거래를 해봤고 구로교직원조합 주택건설시공권이 T건설에 넘어간 것도 자신의 역할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합간부들의 공금횡령도 빈번하다.
6일 서울남대문경찰서에 구속된 서울극동정유 주택조합총무 배수용씨(36)는 조합원들이 낸 부지매입비 3억9천여만원을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고, 구로교직원조합 운영위원장 최성화씨(40)는 조합운영비 1천2백만원을 지난해5월 생활비로 유용,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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