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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총독부청사 철거 민족혼 숨통 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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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랜만에 염원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금년도 문화부 업무보고 중 특히 눈에 띄는것은 구 조선총독부청사(현 국립중앙박물관)의 완전 철거와 민족의 정궁인 경복궁의 복원계획이었다.
왜 그 거창한 작품(?)인 구조선총독부 건물을 헐어치워야 하느냐는 아주 자명하다.
일제가 한국을 불법적으로 침략한 1910년 이후 그들은 즉각 웅장하고도 위협적인 침략종합청사를 지어 식민통치의 구심점으로 삼으려했다. 그리하여 그 장소를 물색한 결과 대표적인 궁궐이며 5전년 한민족사의 주맥인 경북궁을 헐고 건물을 지으려 했다. 일제는 한국 민족사의 맥을 절단함으로써 나라를 잃은 한국민의 복고적·회귀적 자존의식을 차단, 망각의 늪으로 빠지게 하려는 음흉성·잔인성을 숙의 하였다. 이리하여 경북궁터 5만여평을 헤집고 1916년부터 본격적으로 거대한 규모의 청사를 짓기 시작해 10년만인 1926년 10월1일 준공, 시무식을 거행했다.
총독부 건축물에 필요한 각종 자재는 우리 나라 전국에 걸쳐 강제 징발, 충당하고 연인원 50만명의 한국인을 강제 동원해 값싼 노임을 투입, 준공을 보게된 것이었다.
이때 조선총독부 당국자는 경복궁의 4천칸을 불법적으로 철거, 방치하거나 그 일부건물은 일제 고등관리나 재벌의 별장·도서실, 심지어는 화장실로 활용했다.
이 건물은 「일」자형의 일본을 상징하는 설계를 했고 지금의 서울시청(구경성부청)을 「본」자형으로 설계, 두 건물이 종으로 이어져 「일본」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게 했다. 더욱 궁중에서 보면 청와대 뒷산이 큰 「대」자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이를 합자하면 「대일본」이 되는 것이다.
현 국립중앙박물관은 경복궁을 차단했다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5천년 민족사의 줄기를 절단·마멸시켜 소생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풍수지리학적 접근에서도 간악한 흉계가 숨어있는 것임을 위정자는 왜 일찍이 깨닫지 못했을까.
일제 강점 35년 동안 불법건축물이 어찌 이 총독부 건물에만 한정되었겠느냐만 이 건물은 민족의 자랑스러운 유적·유물이 아닐 뿐 아니라 민족사의 「숨결」을 짓밟고 문화재를 훼손시킨 대표적인 흉모이기에 철거해야 한다. 도시미관상으로도 숨을 막히게 한다.
일본의 역사학자들을 만나기만 하면 이 건물의 철거여부를 묻고 「왜 아직 헐지 않았소」하고 그들이 먼저 걱정하고 있다.
일제가 지은 다른 건축물도 다 헐어버리자는 감정적 제안이나 의견은 아니다. 선별 철거해야 한다. 일에는 경중이 있으며 앞뒤가 있는 법이다. 경복궁의 복원과 일제총독부의 관저인 청와대의 그것도 말끔히 청산하는 과감한 민족사의 복원작업이 차제에 일괄처리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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