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대반 초조반”/한보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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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늘중 못밝히면 수사끝장”/비자금루트 일부 찾은듯/한보 임원들 「로비」 전혀 몰라
수서지구 택지분양 특혜의혹 사건은 10일 오후 한보그룹 임직원·공무원 등이 검찰에서 철야조사를 받으면서 검찰간부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아 수사가 핵심으로 접근했음을 실감케 했다.
정구영 검찰총장도 사건의 중요성 때문인지 일요일인 10일 오후 청사에 나와 2시간동안 수사를 지휘해온 최명부 대검중앙수사부장으로부터 수사진행 상황을 보고 받았다.
한편 수사실무자들은 『한보 임직원들이 로비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모르는 것같아 답답하다』면서도 『정태수 회장의 로비자금 추적은 진전이 있다』고 말해 다른 수사루트로 비자금 일부를 찾아낸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번 수사의 가장 큰 줄기가 「한보측의 로비자금 규모 및 대상」이기 때문에 강병수 한보주택사장등 한보측 임원 10명의 소환조사가 진행된 10·11일 대검중앙수사부는 증거확보에 박차.
검찰 주변에서는 지금까지의 한보 임원들에 대한 추궁으로 어느 정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소문인데 11일 오전 7시30분쯤 철야수사 후 잠시 세면을 위해 방을 나온 중수부 모과장은 수사진척을 묻는 질문에 『아직 무어라 얘기할 수 없으나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공식창구를 통해 알려주겠다』고 말해 뇌물수수 혐의가 입증되고 있음을 암시.
한 관계자는 『11일 오후쯤이면 한보측의 로비내용·공무원들의 뇌물수수여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면서도 『11일까지 별다른 혐의사실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수사는 끝장』이라며 기대와 함께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한보 임원들을 수사하고 있는 수사관계자들은 이들이 한보그룹 시책 및 정책결정 과정에 깊숙히 관여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로비내용 및 경위 등을 의외로 모르고 있다고 밝혀 정치권등에 대한 로비를 정회장이 전담했다는 소문을 입증.
수사관계자들은 『임원들이 사전에 말을 맞추었는지는 몰라도 로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어 「바지저고리」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임원들의 부인도 사실을 정말 모르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분석.
○…검찰이 한보측 임원들을 차례대로 부르지 않고 한꺼번에 소환한 것은 이들의 분리심리를 통해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수시로 대질신문하려는 수사 필요성 때문이라는 것.
검찰은 수서사건이 발생한지 상당히 시간이 흘러 증거를 없애고 말을 서로 맞춰 놓았을 것으로 보고 한꺼번에 불러 조사해야 한 사람이라도 진술이 틀리고 이 부분에 대해 대질신문하면 진실을 말하지 않겠느냐는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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