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려병자 「사랑의 집」(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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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에겐 가족과 같은 정이 가장 소중합니다. 그것이 참된 사랑을 실천하는 출발점입니다.』
서울 미아4동 49의18 방 두칸짜리 셋방에 「사랑의 집」을 운영하는 김창길씨(29·사진왼쪽에서 세번째)는 자신도 큰 벌이가 없는 지체장애인으로 4년째 행려행자·정신박약자들을 부양하며 사랑을 나누는 일에 온 정력을 쏟고 있는 숨은 독지가.
김씨가 행려병자들을 살피기 시작한 것은 87년 자신이 자원봉사자로 일하던 서울의 한 사회복지법인을 그만둔 뒤부터였다.
『이들 갈곳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가족적인 정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먹여주고 재워주는 이상의 것 말입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할 때부터 어려움이 닥쳐왔다. 모아둔 돈도 없고 중졸출신인 김씨에게 방을 마련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다행히 누나의 도움을 받아 4백만원의 돈으로 월곡동 산동네에서 사글세방을 얻어 「사랑의 집」을 열 수 있었다.
두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왼발이 부자연스러운 김씨에게 막노동은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김씨는 막노동·벌꿀장사·넝마주이 등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김씨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매년 이사를 다녀야 한다는 것. 안해본 일이 없고 닥치는대로 일을 하는 김씨지만 치솟는 전세값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4년동안 무려 13회나 이사를 다녔다.
지난해 9월에는 친구들이 「자선음악회」를 열어 번 5백만원을 전세금으로 썼다.
현재는 무의탁 할머니 3명,정신박약자 1명,지체장애자 1명,무의탁 어린이 1명이 김씨의 보호를 받으며 한가족을 이뤄 살고 있다.
『힘이 들더라도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김씨는 『우리 사회에 가족의 정이 확산되어야 한다』며 밝게 웃었다.<김기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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