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습니다
임채영 엮음, 예문
기가 막힌 엄마가 성난 얼굴로 큰아이를 부르자 쭈빗쭈빗 다가옵니다. 그때 어머니는 아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옛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 맞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다가 어둠이 내려 컴컴해진 뒤 돌아올 때였지. 어머니에게 꾸중 들을 것이 무서워 잔뜩 웅크린 어깨, 핑곗거리를 만들기 위해 핑핑 돌아가던 머릿속, 어머니가 그냥 넘어가기를 바라던 조마조마한 심정….'
이 엄마는 그때야 자기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며 그 옛날 자신의 어머니가 썼던 방법을 씁니다. 혼내는 대신 아들을 꼭 안아준 거죠.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아들에게 진심이 통했나 봅니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합니다. "엄마, 미안해요. 다음부터 다시는 안 그럴게요."
엄마는 생각합니다. '그래, 내가 어린 시절 그래놓고도 몇 차례 더 늦게 들어와 야단을 맞았던 것처럼 아들 녀석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내가 철이 들면서 그 버릇을 고쳤던 것처럼 아들 녀석도 언젠가는 컴퓨터 오락에서 멀어지겠지.'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들에게 속삭입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은 같은 뜻이지'라고.
이 책은 여러 보통 사람들이 쓴 글입니다. 어느 라디오 방송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 보내온 청취자들의 사연을 엮었거든요. 30년 동안 보내온 글 중에서 부모가 된 이들이 자식을 키우며 새삼 느끼는 부모들의 심정을 담은 글만 모았답니다. 봄에서 겨울까지 사계절로 나눠 '조기 세 마리에 담긴 가르침' '언젠가는 둥지를 떠날 것이다' '나이 마흔에 받은 용돈' 등 47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너도 부모가 되어 봐라"란 말을 듣고, 때로는 하곤 합니다. 고액 과외를 시키지는 못해도, 명품 브랜드를 사 주지는 못해도, 혹은 조기 유학을 보내주진 못한다 해도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겁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엔 부모들은 왜 절로 식욕이 없어지는지, 어련히 잘 알아서 척척 할 텐데 다 큰 자식이라도 밤 늦게 돌아오지 않으면 부모들은 왜 잠을 못 이루는지 등등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누가 읽으면 좋을지 막막합니다. 글쎄, 어떤 아이들이 이를 읽고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맘이 들까요? 그저 아침 방송을 들으며 혼자 실실 웃거나 눈물 글썽이던 사람들이, 그때 그 사연들을 곱씹고자 할 때 읽어야 할까요?
기가 막힌 엄마가 성난 얼굴로 큰아이를 부르자 쭈빗쭈빗 다가옵니다. 그때 어머니는 아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옛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 맞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다가 어둠이 내려 컴컴해진 뒤 돌아올 때였지. 어머니에게 꾸중 들을 것이 무서워 잔뜩 웅크린 어깨, 핑곗거리를 만들기 위해 핑핑 돌아가던 머릿속, 어머니가 그냥 넘어가기를 바라던 조마조마한 심정….'
이 엄마는 그때야 자기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며 그 옛날 자신의 어머니가 썼던 방법을 씁니다. 혼내는 대신 아들을 꼭 안아준 거죠.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아들에게 진심이 통했나 봅니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합니다. "엄마, 미안해요. 다음부터 다시는 안 그럴게요."
엄마는 생각합니다. '그래, 내가 어린 시절 그래놓고도 몇 차례 더 늦게 들어와 야단을 맞았던 것처럼 아들 녀석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내가 철이 들면서 그 버릇을 고쳤던 것처럼 아들 녀석도 언젠가는 컴퓨터 오락에서 멀어지겠지.'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들에게 속삭입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은 같은 뜻이지'라고.
이 책은 여러 보통 사람들이 쓴 글입니다. 어느 라디오 방송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 보내온 청취자들의 사연을 엮었거든요. 30년 동안 보내온 글 중에서 부모가 된 이들이 자식을 키우며 새삼 느끼는 부모들의 심정을 담은 글만 모았답니다. 봄에서 겨울까지 사계절로 나눠 '조기 세 마리에 담긴 가르침' '언젠가는 둥지를 떠날 것이다' '나이 마흔에 받은 용돈' 등 47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너도 부모가 되어 봐라"란 말을 듣고, 때로는 하곤 합니다. 고액 과외를 시키지는 못해도, 명품 브랜드를 사 주지는 못해도, 혹은 조기 유학을 보내주진 못한다 해도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겁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엔 부모들은 왜 절로 식욕이 없어지는지, 어련히 잘 알아서 척척 할 텐데 다 큰 자식이라도 밤 늦게 돌아오지 않으면 부모들은 왜 잠을 못 이루는지 등등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누가 읽으면 좋을지 막막합니다. 글쎄, 어떤 아이들이 이를 읽고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맘이 들까요? 그저 아침 방송을 들으며 혼자 실실 웃거나 눈물 글썽이던 사람들이, 그때 그 사연들을 곱씹고자 할 때 읽어야 할까요?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