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게임에 빠진 아들 혼내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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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그때는 몰랐습니다

임채영 엮음, 예문

중학생인 큰아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 걱정인 어머니가 있습니다. 어르고 협박해 시간표대로만 하라고 시켜 놓았습니다. 어느 날 외출을 합니다. 집을 비운 사이 아이가 제 맘대로 게임을 할까봐 마우스를 빼들고 나갔습니다. 그러나 돌아와 보니 형이 혼자만 게임하고 자기는 시켜주지 않았다고 막내가 고자질합니다. 아버지의 구형 노트북 마우스를 가지고 했답니다.

기가 막힌 엄마가 성난 얼굴로 큰아이를 부르자 쭈빗쭈빗 다가옵니다. 그때 어머니는 아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옛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 맞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다가 어둠이 내려 컴컴해진 뒤 돌아올 때였지. 어머니에게 꾸중 들을 것이 무서워 잔뜩 웅크린 어깨, 핑곗거리를 만들기 위해 핑핑 돌아가던 머릿속, 어머니가 그냥 넘어가기를 바라던 조마조마한 심정….'

이 엄마는 그때야 자기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며 그 옛날 자신의 어머니가 썼던 방법을 씁니다. 혼내는 대신 아들을 꼭 안아준 거죠.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아들에게 진심이 통했나 봅니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합니다. "엄마, 미안해요. 다음부터 다시는 안 그럴게요."

엄마는 생각합니다. '그래, 내가 어린 시절 그래놓고도 몇 차례 더 늦게 들어와 야단을 맞았던 것처럼 아들 녀석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내가 철이 들면서 그 버릇을 고쳤던 것처럼 아들 녀석도 언젠가는 컴퓨터 오락에서 멀어지겠지.'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들에게 속삭입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은 같은 뜻이지'라고.

이 책은 여러 보통 사람들이 쓴 글입니다. 어느 라디오 방송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 보내온 청취자들의 사연을 엮었거든요. 30년 동안 보내온 글 중에서 부모가 된 이들이 자식을 키우며 새삼 느끼는 부모들의 심정을 담은 글만 모았답니다. 봄에서 겨울까지 사계절로 나눠 '조기 세 마리에 담긴 가르침' '언젠가는 둥지를 떠날 것이다' '나이 마흔에 받은 용돈' 등 47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너도 부모가 되어 봐라"란 말을 듣고, 때로는 하곤 합니다. 고액 과외를 시키지는 못해도, 명품 브랜드를 사 주지는 못해도, 혹은 조기 유학을 보내주진 못한다 해도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겁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엔 부모들은 왜 절로 식욕이 없어지는지, 어련히 잘 알아서 척척 할 텐데 다 큰 자식이라도 밤 늦게 돌아오지 않으면 부모들은 왜 잠을 못 이루는지 등등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누가 읽으면 좋을지 막막합니다. 글쎄, 어떤 아이들이 이를 읽고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맘이 들까요? 그저 아침 방송을 들으며 혼자 실실 웃거나 눈물 글썽이던 사람들이, 그때 그 사연들을 곱씹고자 할 때 읽어야 할까요?

중학생인 큰아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 걱정인 어머니가 있습니다. 어르고 협박해 시간표대로만 하라고 시켜 놓았습니다. 어느 날 외출을 합니다. 집을 비운 사이 아이가 제 맘대로 게임을 할까봐 마우스를 빼들고 나갔습니다. 그러나 돌아와 보니 형이 혼자만 게임하고 자기는 시켜주지 않았다고 막내가 고자질합니다. 아버지의 구형 노트북 마우스를 가지고 했답니다.

기가 막힌 엄마가 성난 얼굴로 큰아이를 부르자 쭈빗쭈빗 다가옵니다. 그때 어머니는 아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옛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 맞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다가 어둠이 내려 컴컴해진 뒤 돌아올 때였지. 어머니에게 꾸중 들을 것이 무서워 잔뜩 웅크린 어깨, 핑곗거리를 만들기 위해 핑핑 돌아가던 머릿속, 어머니가 그냥 넘어가기를 바라던 조마조마한 심정….'

이 엄마는 그때야 자기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며 그 옛날 자신의 어머니가 썼던 방법을 씁니다. 혼내는 대신 아들을 꼭 안아준 거죠.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아들에게 진심이 통했나 봅니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합니다. "엄마, 미안해요. 다음부터 다시는 안 그럴게요."

엄마는 생각합니다. '그래, 내가 어린 시절 그래놓고도 몇 차례 더 늦게 들어와 야단을 맞았던 것처럼 아들 녀석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내가 철이 들면서 그 버릇을 고쳤던 것처럼 아들 녀석도 언젠가는 컴퓨터 오락에서 멀어지겠지.'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들에게 속삭입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은 같은 뜻이지'라고.

이 책은 여러 보통 사람들이 쓴 글입니다. 어느 라디오 방송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 보내온 청취자들의 사연을 엮었거든요. 30년 동안 보내온 글 중에서 부모가 된 이들이 자식을 키우며 새삼 느끼는 부모들의 심정을 담은 글만 모았답니다. 봄에서 겨울까지 사계절로 나눠 '조기 세 마리에 담긴 가르침' '언젠가는 둥지를 떠날 것이다' '나이 마흔에 받은 용돈' 등 47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너도 부모가 되어 봐라"란 말을 듣고, 때로는 하곤 합니다. 고액 과외를 시키지는 못해도, 명품 브랜드를 사 주지는 못해도, 혹은 조기 유학을 보내주진 못한다 해도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겁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엔 부모들은 왜 절로 식욕이 없어지는지, 어련히 잘 알아서 척척 할 텐데 다 큰 자식이라도 밤 늦게 돌아오지 않으면 부모들은 왜 잠을 못 이루는지 등등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누가 읽으면 좋을지 막막합니다. 글쎄, 어떤 아이들이 이를 읽고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맘이 들까요? 그저 아침 방송을 들으며 혼자 실실 웃거나 눈물 글썽이던 사람들이, 그때 그 사연들을 곱씹고자 할 때 읽어야 할까요?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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