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전쟁(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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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상한 전쟁이다. 세계는 지금 그전에 수없이 보아온 전쟁들과는 전연 다른 전쟁을 중동에서 목격하고 있다.
우선 TV우주중계로 전쟁을 생방송하는 광경은 이미 걸프전쟁이 일어나는 순간부터 볼 수 있었다. 이른바 정보의 세계동시화현상(싱크러나이제이션)은 세계 시민들을 저마다 전략,전술가,아니면 시사평론가로 만들어 놓았다.
정치지도자나 장군들은 이들을 납득시켜야하는 정보의 부담과 압력을 받지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전쟁을 전자오락실의 흥밋거리로 축소시킨 것도 종래에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다국적군을 지휘하는 슈워츠코프장군은 전황 브리핑을 하면서 막간에 흥미를 보태려는 듯 전폭기들이 이라크의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장면을 녹화로 보여준다. 모니터화면에서 커서가 목표물을 추적해 파괴하는 장면은 전자오락실의 게임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쾌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 순간 인간생명의 존엄따위는 생각밖이다.
또하나 이상한 것은 로보캅(Robocop)전쟁이라는 것이다. 로보캅은 미국의 전쟁영화에 나오는 전자인간이다. 그는 두뇌만 사람이고,모든 기능은 전자장치가 자동으로 한다. 로보캅이 하는 일은 미사일을 쏠까,말까만 결정하면 된다.
그런 미사일 전쟁은 전선없는 전쟁을 연출하고 있다. 미사일은 전후방도 없다. 순간 순간 미사일이 떨어지는 곳이 바로 전장이다.
그것이 아무리 심각한 전쟁이라고 해도 웃음을 자아내는 일도 있다. 수백만,수천만달러 짜리 미사일이 몇백리,천리밖에 있는 목표물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 파괴하는데 그것은 진짜가 아니고 가짜일 경우가 많았다. 이라크군은 천연덕스럽게도 플래스틱제 탱크와 알루미늄제 미사일들을 사방에 장치해놓고 참호속에 숨어있다. 미사일 공격에 맨손으로 대항하는 꼴이다.
하지만 정말 놀랄 일은 전쟁의 원가다. 미국이 14년동안 악전고투하며 베트남전쟁에 퍼부은 돈은 5천7백억달러,5년간 계속된 제2차 세계대전의 총전비는 3조1천억달러,한국동란 3년의 비용이 2천6백50억달러인데,사막의 국지전인 걸프전은 한달전비가 2백80억달러,6개월은 8백60억달러를 추산하고 있다. 작은 폭탄 하나에도 컴퓨터를 실어야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걸프전도 어느새 20일이 다되었다. 『모든 전쟁은 처음 30일동안은 인기가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가 한 말이다. 이상한 전쟁은 더 이상해지기 전에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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