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출판물(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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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펜(필)이 칼(검)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지만 언론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도 펜은 칼보다 무섭다. 그것은 펜이 중요한 「혁명무기」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혁명군대가 무기를 가져야만 싸워 이길수 있는 것처럼 혁명조직은 출판물과 같은 예리하고도 전투적인 사상적 무기를 가져야만 대중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북한에서는 연간 정기간행물 80여종,단행본 2백여종,대남선전용 70여종,대외선전용 1백여종을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들 출판물은 모두 당과 정부기관의 강력한 통제아래 발간되고 있어 당에 대한 비판을 담은 책자는 찾아보려야 볼 수가 없다.
현재 북한에는 조선노동당 출판사,금성청년출판사,과학백과사전출판사,사회과학출판사,문예출판사,외국문화출판사 등 30여개의 출판사가 있지만 그중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20여개도 못된다. 5천개가 넘는 우리의 실정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북한은 지난 64년이후 출판현황 통계를 한번도 밝힌 적이 없다. 그래서 발행종수나 발행량을 구체적으로 알수가 없다. 그러나 단행본의 경우 정치관계가 36%로 가장 많고 다음이 문학·예술로 34%,과학기술 및 사회가 각각 6%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가지 특이한 것은 이른바 김일성의 노작이 1천종을 넘어섰다고 그들이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물을 하나의 「혁명무기」로 이용하려는 그의 강한 집념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출판물들은 대부분 김일성 저작물을 인용하거나 해설하는 등 김일성 우상화와 주체사상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의 출판물 가운데 대종을 차지하는 정기간행물의 경우는 대부분 지질이 나쁜 것은 물론 인쇄·제본등의 기술이 낙후되어 해방직후에 나온 우리 잡지들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 북한의 출판물 가운데 의학·과학·예술분야가 1단계로 올해안에 개방될 모양이다.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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