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제비츠의 명저 「전쟁론」(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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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쟁 주역은 정치인/도덕 아닌 의지 싸움/“걸프전에 얼마나 맞을까” 관심
걸프전쟁이 미·이라크 등 37개국이 관련된 대규모 국제전이 되면서 근대 전쟁론의 대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780년 프로이센에서 태어나 군장성을 거친 군사이론가인 클라우제비츠는 그의 사후 다음해인 1831년에 발간된 저서 『전쟁론』에서 전쟁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논리적으로 정리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경제학에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철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버금가는 명저로 꼽히고 있다.
지금까지 전쟁과 관련,많은 저서가 나와있으나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스위스장군 앙트완·앙리 조미니의 군대이동,영국 베이실 하트의우회접근 및 중국 마오쩌둥(모택동)의 인민전쟁 등에 관한 저술들을 사실상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그의 저서에서 전쟁은 첫째 의지의 싸움일 뿐 도덕이나 힘의 싸움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전쟁은 적군의 사기,즉 싸울 의지를 꺾음으로써 승리로 이어지는 것이지만 이는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에서의 승리는 적군병사를 죽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기를 죽이는데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것은 항상 부차적인 문제라고 주장한다.
클라우제비츠는 또 전쟁의 구성요소가 전쟁의 목표를 설정하는 정부,전쟁을 수행하는 군대,그리고 전쟁을 지원하는 국민의 세가지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쟁은 전쟁의 정치적 목적,즉 정부의 의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전혀 무의미한 것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군대란 정치지도자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만이 의무며 정치지도자는 군대를 위해 전쟁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전쟁의 형태 역시 정치지도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면전이냐,국지전이냐는 정치지도자의 결정사항이며 적국을 완전히 정복하느냐,아니면 단순히 억압하느냐 역시 정치지도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클라우제비츠는 정치지도자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그 전쟁을 통해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를 먼저 분명히 하고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따라서 전쟁이란 수많은 요소가 덧붙여진 정치적 조합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 정치적 결정은 정치지도자의 손에 달려 있으나 군사작전은 완전히 군지휘관의 소관이라고 전쟁결정과 전쟁수행을 분명히 구분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유럽을 석권하고 이후 워털루전쟁에서 패망한 뒤 나폴레옹의 전법을 비판하는데 주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첨단병기와 총력전이 특징인 현대전에서는 적용불가능하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비판론자들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현대전에 적용할 경우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걸프전쟁과 관련,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전쟁을 치르면서 과연 양국 대통령이 어느 정도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원칙에 충실한 것인지 따지는 사람들에게는 클라우제비츠의 이론이 새로운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진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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