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고수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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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전화 국번없이 1332)에는 연간 20만 건의 금융 관련 민원이 쏟아진다. 이중 2만 건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권리싸움으로 번져 분쟁조정까지 이어진다.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의 송태회(52.사진) 분쟁조정실장은 "금융분쟁은 가장 단순한 사실을 챙기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계약할 때 설명서나 약관을 잘 읽어 보고, 담당자에게 구체적으로 확인하면 이 같은 어려움을 피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은행의 단골 분쟁거리는 '연대보증'이다. 연대보증은 돈을 빌린 사람이 갚을 능력이 있다하더라도 은행 등 채권자가 연대보증을 선 사람에게 '돈을 대신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보증이다. 보통 주채무자가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연락이 안 될 때 연대보증인에게 책임이 전가된다. 송 실장은 "대부분 연대보증의 의미는 잘 알고 있지만 대출기한을 연장하면 연대보증도 자동 연장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이 때문에 금감원에 '억울하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판례에 따르면 연대보증인은 대출연장 여부에 상관없이 연대 보증책임을 지게 돼 있다"면서 "금감원에서 은행에 '연대보증책임을 면제해 주라'고 권고할 수는 있지만, 법정에까지 가면 결국 연대보증인의 책임으로 결론이 난다"고 말했다.

증권 분야에서 최근 가장 많았던 민원은 해외펀드 투자 때 환위험 헤지를 하지 않아 생긴 분쟁이다. 증권사에서 해외펀드를 팔 때 대부분 비용추가 등의 이유로 환율헤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주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해외펀드에 가입하고 몇 개월 뒤 기준가격이 오른 것을 보고 수익이 났다고 생각했다가 환율이 급등락하는 바람에 오히려 손실이 난 것을 알고는 항의하는 경우다. 송 실장은 "펀드수익률 자체가 높다 하더라도 해당국의 화폐가치 대비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손실이 생길 수 있다"며 "해외펀드에 가입할 때는 꼭 환율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실적배당형 상품인 변액보험도 '손실이 났다'는 이유로 민원이 잦은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데다 보험금과 해약환급금이 매일 바뀌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의 '가족한정특약'도 단골 민원 항목이다. 가족한정특약에서 '가족'이란 직계존비속(부모와 자식)만을 뜻한다. 한집에 살고 있더라도 형제는 가족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송 실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전문가'다. 고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8년부터 10년 동안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근무한 뒤 금융감독원으로 자리를 옮겨 분쟁조정국.소비자보호국 등 금융소비자의 민원과 관련한 부서에서 일해왔다. 2년 전부터는 소비자보호센터 분쟁조정실을 이끌어오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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