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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예상교민 단계 철수/“발등의 불”… 각 부처 비상체제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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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쟁나면 청와대에 대책반 설치 가동/전공관 경계근무… 귀국후 생활책 강구
연초부터 목욕료·이발료 등 각종 대중서비스요금이 기습인상돼 물가비상이 걸린데다 페르시아만사태의 전쟁기운이 고조되자 청와대와 정부관련부처는 일요일인 13일에도 관계직원들이 정상출근해 상황점검을 하는 등 사실상 경제비상사태에 들어간 분위기다.
○…청와대는 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이 터졌을 경우 그것이 우리 경제전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비상대책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외교안보보좌관실에서는 페르시아만일대의 군사대치상황을 그려넣은 상황판을 만들어 매일 노대통령에게 현지상황변화내용을 보고키로 했다.
이와 함께 교민철수 및 군의료진 파견 등 우리 정부가 취하고 있는 대책을 일일보고 하고 있다.
비서실장실에서는 전 수석비서관과 비서관들에게 언제라도 연락이 가능하도록 연락처를 확실히 해놓도록 지시하는 한편 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이 터지면 청와대에 비상대책반을 설치해 대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청와대는 노태우 대통령이 13일 오전 노재봉 국무총리서리·이승윤 부총리 및 경제부처장관들을 불시에 소집하는 바람에 비서실장과 전 수석비서관들이 출근해 페만사태 및 물가문제를 점검.
노대통령은 긴급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연초 서비스요금의 기습인상을 사전에 대비치 못한 관계장관을 추궁하고 강력한 대응책마련을 독려.
회의 참석자들은 12일 자정무렵부터 연락을 받아 아무런 사전준비없이 청와대로 달려나와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처럼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노대통령이 물가문제 등 경제 대책을 직접 챙기기 위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앞으로도 노대통령은 수시로 관계 장관을 불시에 소집,내각의 준비태세와 물가동향을 점검할 것』이라고 예고.
노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과거 보고 받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관계부처장관들에게 물가인상요인과 대책 등을 일일이 묻고 강한 어조로 추궁했는데 장관들은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노대통령은 회의서두에 『페만사태 등 물가인상요인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내각의 준비태세와 노력이 부족했다』고 참석자들을 질책하고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페만사태와 물가안정에 대비하라고 지시.
노대통령은 이부총리와 김정수 보사부장관에게 『서비스 요금이 원가상승요인을 벗어나 턱없이 오른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는데 이부총리가 『유가인상·공공요금인상에 지자제선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지난 4∼5년간 공공요금인상을 억제했기 때문』이라고 하자 『비합리적인 인상·편승인상·폭리 등은 정책적인 노력으로 시정될 수 있지 않느냐』는 서비스요금의 강제인하를 촉구.
○…외무부는 미 의회가 대 이라크 무력사용결의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14일 중근동지역과 미·일 등 주요 우방의 공관에 비상경계근무를 지시했다.
외무부는 이와 함께 전쟁발발시 교민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을 1,2,3등급으로 분류,공관별로 교민들에 대한 비상연락망을 확보해 만일의 사태에 긴급후송이 가능토록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독려.
외무부는 또 이날 출발하는 1차특별전세기외에 2,3차특별기 출발에 대비,교통부 및 대한항공측과 사전준비에도 분주.
외무부는 외무부회의실에 정부의 페만대책본부상황실이 설치됨에 따라 전쟁발발가능성 및 이라크와의 교섭상황 등에 대한 진전내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미·불·유엔 등 관련공관에서의 실황보고에 만전을 기하라고 특별지시했다.
외무부는 일단 미·유엔의 쿠웨이트철수 최후통첩시한이 우리시간으로 16일 오후 2시인 점을 감안,이 시간전까지는 이라크교민 88명 전원과 아직 쿠웨이트에 남아 있는 9명 및 사우디동부해안의 교민은 우리나라로 완전철수시킨다는 방침이며 이스라엘의 유학생등 교민 1백10명과 요르단의 일부 교민등에 대해서도 제3국으로의 대피를 강구할 방침.
외무부는 그러나 쿠웨이트에 남아있는 교민들이 철수를 거부하고 있어 이들의 철수를 현지공관이 여러채널을 통해 종용토록 지시.
외무부는 이와 함께 특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교민들이 귀국할 경우의 생활대책도 마련중이며 국내생활기반이 전혀 없는 교민들에게는 집단수용시설을 제공한다는 계획아래 보사부 등 관계부처와도 협의중이다.
외무부는 이상옥장관을 비롯,유종하차관·이기주 제2차관보(페만사태 대책본부장)·이해순 중동아 국장과 함께 일요일부터 사실상 철야 근무에 돌입.
이와 함께 외무부의 중동아국 및 관련 부서직원들도 대부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는데 비상대책본부가 설치된 외무부회의실에는 야전침대까지 동원되는 등 긴박한 분위기다.
한편 총리실은 외무·국방담당조정관인 이흥주 제1조정관을 비롯,관계자들이 일요일에도 출근,외무·국방부측과 연락을 취하면서 상황파악 및 앞으로의 대처방향을 협의하는 등 분주.<이규진·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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