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치료해 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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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이다.
가는 세월 못잡고 오는 백발 못막는다던가. 나이를 먹으매 찾아오는 불청객, 바로 노화다. 온몸이 쑤시고, 감기에 걸렸다 하면 나을 기미를 안 보이고…하루가 다르게 늙수그레해지는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원망스럽기조차 하다.

장수(長壽)-.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인류의 영원한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만리장성을 쌓도록 한 진시황도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불사(不死)는 없으되 천수(天壽)를 누릴 수는 있다. 게다가 건강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그만한 행운이 없을 터다.
연말, 건강한 노년의 삶을 위해 유의해야 할 질환과 장수비법을 알아봤다.

◆성인병, 이것만은 조심=튼튼한 기계도 시간이 흐르면 고장나는 데 하물며 신체가 오죽하랴.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무심했던 몸은 이곳저곳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인병이 고혈압과 당뇨병·심장질환·뇌졸중.
피가 흐르고 있는 혈관의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필요이상으로 센 것이 고혈압이다. 신체조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120~80㎜Hg 정도면 정상이다. 그러나 2회이상 연속 측정평균치가 140~90㎜Hg보다 높게 나온다면 고혈압인 셈. 지속되면 몸 안의 장기에 영향을 미쳐 뇌졸중·심장질환이 우려된다.
혈액속의 포도당의 함량이 높은 것이 당뇨병이다. 췌장의 기능저하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섭취한 음식물은 인체에서 포도당으로 변하고, 인체는 이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쓰는데 핏속에 증가한 포도당이 소변으로 그대로 배출되면 문제는 커진다. 신부전증은 물론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장애 등 각종 합병증이 도사리고 있다.

중풍도 골칫거리다. 중풍의 뜻풀이는 '바람을 맞았다'는 소리다. 바람처럼 온몸의 팔·다리가 흔들려 정신적 황폐화 현상까지 나타난다. 뇌졸중으로 불리는 중풍은 뇌혈관이 터진 뇌출혈, 혈관이 막혀서 오는 뇌경색 두 종류로 나뉜다. 고혈압인 사람은 뇌출혈을, 동맥경화증이 있으면 뇌경색을 조심해야 한다. 의식불명과 함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권오중 여의도건진센터 원장은 "중풍을 비롯해 성인질환은 발병하기 전 수많은 전조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라며 "이 경고신호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노년건강의 명암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약해진 뼈, 그대로 둬선 곤란= 겨울이 오면 뼈마디가 시리다. 노년엔 더욱 그렇다. 청춘시절과 달리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푸석거리고, 약해질대로 약해진 듯하다. 골다공증을 두려워해야 할 때다.
일반적으로 30세 이후는 매년 0.7%씩 뼈 손실이 생긴다. 여성은 폐경과 함께 여성호르몬 생성이 중단되면서 급격한 뼈 손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노년기 여성 80%가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 골다공증이 있다면 뼈가 부러지기 쉽고, 움직임이 어려워지면서 또다른 병을 부르게 된다. 정기적 골밀도 검사를 통한 예방이 필수다.
관절염이란 골칫덩이도 노년기에 도사리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2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이상 노인 절반이 앓고 있는 질환이 퇴행성 관절염이다. 70세 이상 여성은 10명중 8명이나 된다.

퇴행성 관절염은 허벅지 뼈와 정강이 뼈 사이의 연골이 닳아 뼈와 뼈가 맞부딪혀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신체변화로 근육과 인대가 수축돼 무릎통증이 더 심해진다. 그래서 관절염 환자에게 겨울은 공포의 계절이다.
'너무 아프기에' 관절염 환자들은 약을 찾는다. 제대로 된 치료를 미루고 장기간 약을 먹다 보면 결국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으로 또 고생이다.
윤경환 목동 힘찬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뼈가 이미 약해진 노인이 골절로 인해 부상하면 치명적"이라며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울 땐 외출을 삼가고 지팡이 등의 보조기구를 이용해 몸의 균형을 잡고 걷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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