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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송」<서울 체부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우리나라에서는 모든것이 너무 급속히 발전해 오랫동안 한곳에서 같은사업을 계속하는 것을 보기 쉽지않다. 사업이 잘되면 조금 더 나은 업종으로 바꾸거나, 더 나은 장소로 옮기거나, 아니면 규모를 더 늘려 전혀 다른 업소처럼 되기도 한다.
외교관생활을 하다보니 몇 년씩 해외생활을 하고 귀국해 보면 전에 단골로 다니던 음식점 주인이 바뀌었거나, 장소를 옮겼고, 또 아예 없어진 경우가 있어 서운한 적이 많다. 또 새롭게 단골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그런 중에서도 오랫동안 주인이 바뀌지 않으면서 정갈한 음식맛과 깔끔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음식점이 있어 시간에 쫓겨 자주가지는 못하나 틈나는 대로 찾아가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 중에서도 대송(시3413)에 가장 자주 간다.10여 년 전 우연히 직장 동료들과 어울러 다니기 시작했는데 2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근무를 마치고 귀국해 보니 옛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반가웠다.
비록 장소는 몇 번 옮겼으나 늘 중앙청과 정부종합청사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 나에게는 특히 점심시간에 이용하기가 편리한 이점도 있다.3년 전부터는 종로구체부동 상업은행 효자동지점 옆 골목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서 영업하고 있다.
대송은 줄곧 설렁탕 하나만 전문으로 하고 있어 그 맛이 가위 일품이라 할 수 있다. 대송 설렁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하루 70명분만 준비하는데 있다. 그 이상의 손님은 더 받지도 않는다. 모든 재료는 최상품으로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골라 사며 또 조리도 직접 한다. 사골을 끓인 물에 아롱사태와 양파·생강 등의 양념을 적당히 넣어 다시 끓인 후 고기를 빼고 밤새 조린다. 기름기 없는 국물이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여기에다 소금·양파·후추를 식성에 따라 쳐서 먹는다.
반찬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데 통배추김 치·깍두기·콩나물 무침·실 파 무침·무 잎 청 나물 등이 먹음직스러우며, 특히 봄철 달래무침이 일품이다. 여럿이 같이 어울릴 때는 도토리묵·수육·순두부 등을 소주 몇 잔과 함께 먼저 드는 것도 좋다.
가격은 설렁탕 한 그릇에 4천 원이고 도토리묵 5천 원, 순두부 3천 원, 수육은 조금 비싼 1만2천 정도로 점심이나 저녁때를 가리지 않고 가까운 사람 몇몇이 큰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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