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펀드 1년 수익률 38%, 멕시코는 6개월간 15% 달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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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호 12면

미·중 갈등 속 ‘유망 투자처’ 신흥국 투톱 

미·중 갈등이 불러온 전 세계 공급망 재편의 여파로 신흥국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투자 위험이 커진 중국에서 투자 자금이 이탈해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다음 번 중국)로 거론되는 인도와 멕시코 등 신흥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인도 펀드에 6497억원이 유입됐다. 이는 북미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펀드 유입액이다. 최근 1년 수익률도 압도적이다. 인도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무려 37.85%에 달했다. 신흥국 주식 평균 8.25%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인도의 가파른 성장으로 인해 인도와 중국의 ‘세계 성장 엔진’ 역할 교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인프라 미비·치안 리스크 한계도

멕시코의 최근 수익률도 빛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멕시코 투자 상품인 ‘ACE멕시코MSCI’는 최근 6개월간 14.72% 상승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이 불거진 이후 지리적으로 미국과 붙어있는 멕시코에 중장비 산업 전반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서 멕시코가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이들 신흥국 펀드가 잘나가는 것은 이와 같이 미·중 갈등의 반사적 수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이후 멕시코는 지정학적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에 공장을 신설하면서 ‘니어쇼어링’(인접국 생산기지 이전) 효과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인해, 멕시코는 미국과의 거래에서 관세 부담과 무역장벽이 대부분 제거됐다. 덕분에 미 달러화 독주(강달러)의 시대에도 신흥국인 멕시코의 페소화는 강세다. 2020년 4월 24.2페소에 머물렀던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5월 23일 현재 16.65페소로 30% 이상 상승하며 초강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이 본격화한 영향이다. 지난해 FDI 유치액은 361억 달러(약 50조원)에 달한다.

인도는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된 나라’로 꼽힌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밀어내고 세계 최대 인구대국으로 올라섰다. 더욱이 젊은 인구 대국이다. 인도의 평균 연령은 28.4세다. 경제 성장에 따라 인도 주식시장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는 모디 정부의 제조업 중심 성장 정책에 바탕을 둔다. 모디 총리 1기 2014년~2019년간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Nifty50지수는 64.3% 상승, 모디 2기 2019년~현재까지 88.4% 상승했다.

금융시장에선 6월 1일 마무리되는 인도 총선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재집권 여부가 증시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인도 주식시장은 총선발 불확실성 확대와 단기 급등에 따른 주가 부담으로 변동성이 커졌다. 그러나 다음 달 총선이 종료되고 ‘모디 3기’가 출범하면 경제정책 모멘텀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6월 초 총선 종료 이후 변동성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도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높은 상장 기업 수익성이 뒷받침하는 자체적인 투자매력도가 불확실성을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 신흥국은 계속 질주할 수 있을까. 순항 중인 멕시코의 최대 변수는 올 연말 미국 대선이다. 멕시코 경제는 미국 의존도가 높다. 그만큼 미국 경제와 정치 향방에 따라 멕시코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내수시장이 튼튼한 인도 역시 인프라는 미비하다. 전기와 물 등 제조산업에 기반이 되는 인프라의 미비와 치안 리스크 등은 선진국의 투자를 주춤하게 하는 한계로 지적된다.

멕시코 최대 변수는 올 연말 미 대선

개인이 직접투자하는 방법도 제한적이다. 멕시코 상장지수펀드(ETF)는 국내 증시에 단 1개 상장돼 있다. 해외 상장 ETF로 눈을 돌려도 대부분 지수와 연동해 운용되는 상품으로 국한된다. 국내 상장된 ACE 멕시코MSCI(합성)와 미국 증시의 ‘아이셰어즈 MSCI멕시코(EWW)’는 모두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MSCI 멕시코를 추종한다. 인도 역시 직접투자는 어렵지만, 간접투자의 선택 폭은 넓은 편이다. 인도니프티50지수, 중·소형주, 인프라섹터 등 다양한 ETF가 나오고 있다. 그중 ‘미래에셋TIGER인도니프티50’ ‘삼성KODEX인도Nifty50’은 각각 설정액만 2500억원을 넘어서는 대표적 인도 관련 ETF로 자리 잡았다.

신상품 출시도 잇따른다. 이달 인도 최대 기업집단인 타타그룹에 집중투자하는 ‘KODEX 인도타타그룹 ETF’와 인도 대표 소비재 기업 상위 20종목을 편입하는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 ETF’가 신규 상장됐다. 유망섹터를 골라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들 펀드에 투자할 때는 수익률만 비교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비과세 국내주식형 상품과 달리, 신흥국 펀드는 과세 대상이다. 국내 상장일 경우 15.4%, 해외 상장은 22% 과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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