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조작' 의혹 文정부 참모진 첫 재판…"공소사실 모두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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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상조 전 실장(왼쪽부터)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상조 전 실장(왼쪽부터)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고용·소득 등 각종 국가통계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김수현·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 11명이 22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병만)는 이날 오전 10시 230호 법정에서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이들에 대한 첫 공판 준비 기일을 심리했다.

이날 재판에는 검찰 측에서 7명의 검사가, 피고인 측에서는 10명의 변호인이 재판에 출석했다. 피고인은 아무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 준비 기일에는 피고인들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 11명의 변호인은 전부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이날 사건 공소사실이 주택과 고용, 소득 등 통계별로 나뉘어 있고 연관된 피고인이 대부분 중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판을 분리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공식 재판이 아닌 향후 진행될 재판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준비 기일이었다.

재판부는 3가지 공소사실이 병합돼 있고, 피고인 수가 많은 탓에 자료가 방대하기 때문에 쟁점을 정리해서 면밀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양측에 제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신속하고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공소사실ㆍ통계별 변론 분리를 제안했고, 재판부와 피고 측이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피고 측 변호인들은 원활한 재판에 동의한다고 밝혔지만, 물리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검찰의 제기한 공소자료가 134권에 달하고, 목록만 1000페이지가 넘는다”며 “공소사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세부 쟁점 상황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고 재판부에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재판 전 증거목록에 없던 대통령기록물을 추가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녹취록 등 시청각 분석물인데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재판부의 증거 채택 등 절차가 없으면 변호인들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추가증거에 대해 검찰은 “청와대 내부 회의 시청각 자료를 풀어서 서류로 남긴 기록”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 상황에서 내용을 상세히 밝히면 위법의 소지가 있다. 일반적인 증거 열람등사 절차를 적용하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란다”며 “재판 절차 진행에 따라서는 당연히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의 입증 취지와 변호인 반박 의견을 차례로 듣고 심리해서 증거 결정 여부 판단을 내리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변호인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 준비기일을 8월 14일로 정했다.

김수현 전 실장 등은 문재인 정부 시기 부동산 대책의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2017년 6월부터 주택통계를 청와대에 사전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한국부동산원 산정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2018년부터 2021년 8월까지 125차례에 걸쳐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 당시 청와대·국토부 인사들이 통계청을 압박해 고용 통계에서 ‘2019년 비정규직 86만 7000명 증가’ 문구를 삭제하고 ‘비교 불가’로 대체하거나 ‘역대 최악’으로 발표됐던 소득분배 불평등을 덮고자 통계청을 압박한 사실도 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또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2018년 1분기 가구별 소득분배 불평등이 ‘역대 최악’으로 발표되자 통계청으로부터 개인식별정보가 포함된 통계기초자료를 제공하게 해 이를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는 결과를 냈던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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