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대 평균자책점에 세이브왕 경쟁 펼치는 42세 오승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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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오승환.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오승환. 연합뉴스

불혹을 넘겼지만, 여전히 단단하다. KBO리그 최고령 투수 오승환(42)이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으며 후배 투수들과 세이브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승환은 21일 현재 세이브 공동 2위(13개)다. 1위 문승원(SSG 랜더스·14개)과는 불과 1개 차고, 정해영(KIA 타이거즈·13개)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1989년생 문승원과는 7살 차, 2001년생 정해영과는 무려 19살 차이다. 하지만 셋 중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1.96)을 기록중이다. 구원성공률(92.9%)은 1위다.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 사진 삼성 라이온즈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 사진 삼성 라이온즈

사실 오승환은 '끝판왕'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21년 최고령 세이브왕에 올랐지만, 이후 두 시즌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물렀다. 투구 밸런스를 찾기 위해 생애 첫 선발 등판을 하고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예전의 위용을 되찾았다.

오승환이 밝힌 비결은 후배들의 활약이다. 그는 "원태인, 김영웅, 이재현, 김지찬 등 어린 선수들이 매 경기 에너지를 뿜고 있다. 누가 봐도 잘 한다"며 "후배들의 플레이를 본 뒤 마지막에 등판한다. 그들이 잘 풀어놓은 경기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게 개인 성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했다. 오승환의 반등은 곧 삼성의 반등이다. 삼성은 올 시즌 정규시즌 2위를 달리며 3년 만의 포스트시즌을 향해 질주중이다. 그는 "지금은 순조로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아시아 단일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오승환의 세리머니를 함께 하는 삼성 선수들. 사진 삼성 라이온즈

지난달 26일 아시아 단일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오승환의 세리머니를 함께 하는 삼성 선수들. 사진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지난 시즌 최다 역전패(38패)를 당했다. 역전패 횟수를 반으로 줄였다면 정규시즌 2위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난 겨울 KT 위즈 마무리였던 김재윤과 키움 히어로즈 마무리 임창민을 FA 영입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엔 최소 역전패(6패) 팀으로 변모했다.

오승환은 "두 선수는 1이닝씩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생각했던 워밍업을 하고, 던지게 되면 당장 하루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다음 경기, 그 다음 경기, 다음 주로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전체 시즌을 치르는데도 도움이 되는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 사진 삼성 라이온즈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 사진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삼성 왕조 시절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정현욱, 안지만, 권오준, 권혁, 오승환의 불펜진은 철옹성을 구축했다. 오승환은 "그때는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참 어려운 일이었다"며 웃었다.

대구가 처음인 두 선수의 적응을 위해 오승환은 식당을 알려주는 등 생활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줬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노하우도 주고 받는다. 오승환은 "자주 식사를 같이 한다. 체할 수 있으니까, 야구 이야기는 밥 먹기 전에 딱 한 번만 한다"며 "직접적으로 묻기보다는 내가 약했던 타자가 있으면 '넌 어떻게 상대했느냐'라고 묻는 식"이라고 했다.

삼성 뒷문을 지키는 베테랑 트리오 오승환(왼쪽부터), 김재윤, 임창민

삼성 뒷문을 지키는 베테랑 트리오 오승환(왼쪽부터), 김재윤, 임창민

오승환은 기록의 사나이다.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KBO리그 최초 400세이브를 달성했고, 지난달 26일엔 일본 프로야구 이와세 히토키(1999~2018년)가 기록한 아시아 통산 최다 세이브(407개)도 넘어섰다. 7월 19일 이후 세이브를 올리면 2018년 임창용이 세운 프로야구 최고령 세이브 기록(만 42세 3일)도 갈아치운다.

오승환은 "144경기를 모두 마쳤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팀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지금보다 정규시즌을 마쳤을 때 제대로 평가받는 게 중요하다"며 안주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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