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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아들「직배」공세 불구 "최고흥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영화계는 전환기의 난기류 속에서 경오년을 보냈다.
87년이래 최대이슈였던 미 직배영화가 영화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정착에 성공한 한해였다.
이 때문에 영화계는 골리앗에 맞선 소년처럼 막연한 불안과 위기감으로 전전긍긍했고 일각에서는 이해를 좇아「적전분열」하는 양상까지 보였었다.
그러나 직배영화의 공세 속에서도 일부 한국영화는 관객동원에 대성공하는 이변을 보였고 이것은 아무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특히『창군의 아들』은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인 68만여명 동원(서울개봉관 기준)이란 금자탑을 수립했다.
또 종래 금기 시 됐던 남한빨치산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남부군』은 38만여 명을 불러들였고 연초의『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34만여명을 끌어들였다.
한해동안 30여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영화가 세 편이나 된 것은 80년대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추락하는…」는 스타 강수연의 주연작품이고,『장군의 아들』은 한국최고의 작가 임권택의 연출이며,『남부군』은 제한된 소재를 과감하게 채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방화제작에 유의할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즉 직배영화를 비롯한 외풍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방화 나름의 스타시스템, 작가시스템, 그리고 민족적 소재의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면 외화와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권택의 존재는 보배롭다. 그는 80년대 후반부터 한국영화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강수연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관계자들은『장군의 아들』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임권택이란 감독의 이름을 꼽고 있다. 국제적으로 성과를 쌓아온 그가 연출했으므로『장군...』이 청소년취향의 오락물임에도 성인들을 대거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장군의 아들』은 신인공모 붐을 조성했다. 박상민을 스타로 키운 데 자극 받아 현재 제작중인『시라소니』『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등이 공모로 주연배우를 뽑았다.
남 프로덕션이 제작한『남부군』은 독립프로덕션이라는 탈 충무로 제작방식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올해 나온 독립프로덕션작품은『비오는 날의 수채화』(청기사 그룹),『회색도시2』(시네피아),『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물결),『부활의 노래』(새 빛)등이 있었으나 『비오는…』만 빼고는 성공을 못 거뒀고 일부는 아직 극장조차 잡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독립프로덕션 제작방식은 신선한 인력과 자본의 공급이란 측면에서 앞으로 상당한 발전가능성을 안고 있다.
임권택과 손잡고『장군의 아들』을 만든 제작자 이태원의 존재도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외국의 경우 작가시스템과 더불어 프로듀서시스템이 정착돼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국내영화계에서 이태원은 프로듀서시대를 열어 가는 몇 안 되는 인물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올해 방화 최다 제작자다.『오세암』『꼭찌딴』『장군의 아들』『꿈』『젊은 날의 초상』등 5편을 만들었고 그중 3편이 영화진홍공사선정,「좋은 영화」에 뽑혔다(『젊은 날의 초상』은 미 개봉).
이태원과 임권택은 지난해『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제작·연출자로 같이 일해 강수연이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데 뒷받침하기도 했었다.
이태원은 또 미국직배영화의 도입방석에서「미니멈 개런티」란「제갈 조조」같은 방법을 고안, 미국영화 수출입협회의 직배원칙이나 국내영화인들의 직배반대를 교묘히 피해갔다.
「미니멈 개런티」란 일정액의 수입보장을 직배사에 한 다음 보장금액 만큼의 수입을 국내업자가 갖고 그 이후의 수입은 국내업자와 직배사가 일정비율로 나눠 갖는 방식으로 영화인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직배사 문제는 극장수입을 해외로 직접 끌어가기 때문에 국내영화자본의 고갈을 가져오고, 따라서 국내영화산업이 도산 위기에 몰릴 우려가 있어 영화인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올해 해외부문의 성과는 부진한 편. 35회 아-태 영화제에서 김호선 감독의『미친 사랑의 노래』가 작품상을 탔으나 큰 의미는 없고 몬트리올에서 기대를 걸었던『수탉』은 본선수상이 좌절됐었다. 그러나 뮌헨영화제는 임권택 감독 주간을 마련했고 모스크바에서는「한국영화주간」을 개최, 성황을 이루었다.
뉴욕에서 열린 첫 남북한영화인들의 모임도 특기할만한 것이었다.
영화관계자들은 올해의 방화흥행성공으로 봐 한국영화관객은 여전히 두텁게 존재한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여 직배문제 등에서 여실히 노출된 영화계의 분열 상이 하루빨리 종식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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