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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트럼프 칸 초청작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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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화려한 스타들의 축제 칸국제영화제도 탄생 배경은 정치적이었다. 세계 최초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가 1930년대 이탈리아 파시즘 정권의 선전도구로 전락하자, 프랑스 정부가 그 대항마로 출범시킨 게 칸영화제다. 요즘도 반독재 및 자유·인권 지지 초청작이 각광받는다.

최근 개막한 77회 칸영화제에선 다시 ‘반 파시즘’이 언급됐다. 문제의 영화는 올해 황금종려상 후보로 초청된 ‘어프렌티스’(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980년대 부동산 사업가로 급성장한 시기를 다뤘다는 것 외에 자세한 정보가 없던 영화다. 20일(현지 시간) 월드프리미어 상영 직후 미국 대통령 선거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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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는 “트럼프에 관한 불쾌한 장면이 가득한 영화”라고, 더랩은 “오래된 정보를 떠먹이는 밋밋한 영화”라 혹평했지만, 상영 직후 8분간 폭발적인 기립박수가 나왔다. ‘고작 영화 한 편’일 수 있지만, 구설에 올랐던 행각들을 스크린에 재각인한 효과가 충격적이란 반응이다. 극중 트럼프가 당시 부인 이바나를 성폭행한 것으로 묘사한 장면이 한 예다. 콘 로이를 ‘멘토’삼아 수완가가 된 이후 트럼프의 다이어트약 중독, 지방흡입수술 장면에선 객석 탄식까지 나왔단다. 트럼프의 측근이 영화 의도를 모르고 투자했다가 노발대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연출을 맡은 이란계 덴마크 감독 알리 압바시는 맹목적 신봉·혐오를 경계해왔다. 전작 ‘성스러운 거미’에선 자국의 이슬람 문화를 목숨 걸고 비판했다. 영화로 트럼프를 저격한 이유를 그는 현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파시즘 물결을 다루는 좋은 은유적 방법은 없다. 지저분하고 진부한 방법 뿐이다.” 다시, 영화가 정치 무기가 됐다. 올가을 미 대선의 복병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