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탄 차량 3대 블랙박스 다 사라졌다…비공개 경찰 출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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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혐의(특가법 도주치상, 사고후 미조치 등)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21일 비공개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씨가 이날 오후 경찰에 출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서울 강남경찰서 출입구에는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으나, 김씨는 오후 2시쯤 취재진을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피의자 관련 특혜를 줬다거나 피의자 본인이 특별히 요청을 한 것은 아니다. 공보 규칙에 맞게 평소 하던 대로 절차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가수 김호중. 뉴스1

가수 김호중. 뉴스1

이번 조사는 김씨가 지난 19일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한 뒤 받는 첫 조사다. 경찰은 사고 이튿날인 지난 10일 자진 출석한 김씨를 한 차례 조사했다. 이어 지난 12일과 15일에도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김씨가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한 뒤 첫 조사인 만큼, 김씨가 사고 당일에 마신 술의 종류와 양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경찰은 또 사고 이후 운전자 바꿔치기와 추가 음주,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훼손 등 소속사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과 관련해서도 김씨의 관여 여부 등을 추궁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김씨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김씨의 매니저는 사고 3시간 후 김씨가 입고 있던 옷으로 바꿔입고 경찰에 출석해 사고차량을 자신이 운전했다고 거짓 자수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이미 입건된 상태다. 김씨가 이같은 범행 은폐에 적극 가담한 사실이 확인되면 공무집행방해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훼손 등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의 신병처리 여부도 이날 조사 협조 여부 등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앞서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김씨의) 구속영장 신청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수사 협조 여부와 증거 인멸 우려가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경찰은 지난 20일 김씨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를 추가 압수수색했다. 김씨가 음주운전 사고 전후에 탔던 차량 3대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모두 사라진 사실이 확인된 만큼,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 다만 경찰은 이들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또 김씨와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소속사 본부장, 김씨 매니저 등 4명을 출국금지했다.

김씨는 9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신사동의 한 도로에 마주오던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사고 뒤 현장을 벗어나 경기도 구리의 한 호텔에 갔다가 17시간 뒤인 다음날 오후 4시 30분쯤 경찰에 출석했다. 출석 당시 음주 측정에서는 음주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는 술을 마신 사실을 거듭 부인하다가 사건 당일 행적과 동석자 조사 과정에서 음주정황이 잇따라 드러나자 사고 열흘 만인 지난 19일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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