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두꺼비 수만 마리 대이동…매년 장관 펼쳐지는 이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태어난 새끼 두꺼비가 주 서식지인 욱수산 일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수성구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태어난 새끼 두꺼비가 주 서식지인 욱수산 일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수성구

지난 11일 오후 11시쯤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 1920년대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농업용 저수지인 망월지(1만8904㎡)에서 욱수산으로 건너가는 아스팔트 도로에 크기 2㎝ 정도 되는 동물이 움직이고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이 동물은 올챙이에서 갓 변태한 새끼 두꺼비들이었다. 새끼 두꺼비는 매년 5월 중순이면 수만 마리로 떼를 지어 서식지인 욱수산 일대로 이동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끼 두꺼비 대이동이 시작됐다. 습한 날 위주로 보름에 걸쳐 이동이 진행된다.

매년 봄이면 두꺼비 대이동 장관

17일 수성구에 따르면 망월지에는 매년 2~3월쯤 1000여 마리 성체 두꺼비가 욱수산에서 내려와 암컷 한 마리당 1만여 개의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는 망월지에서 약 2㎝ 크기의 새끼 두꺼비로 성장한 후 5월 중순부터 욱수산으로 이동한다.

망월지는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다. 일반적으로 두꺼비는 평균 수온 14도 이상에서 산란을 시작하는데, 망월지는 수문 때문에 용수가 고여 있는 편이어서 상류 계곡에서 차가운 물이 유입되는 인근 다른 저수지보다 수온이 높게 유지돼 산란에 좋은 환경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태어난 새끼 두꺼비가 주 서식지인 욱수산 일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수성구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태어난 새끼 두꺼비가 주 서식지인 욱수산 일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수성구

수성구는 이동 경로 내 진입차량 통제, 로드킬 방지펜스 설치, 모니터링과 구조활동 등 다양한 조치로 새끼 두꺼비를 보호할 방침이다. 두꺼비는 관련법에 따라 포획·채취가 금지된 야생생물이다. 두꺼비를 포획하거나 폐사하게 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앞서 수성구는 망월지 일대를 ‘생태·경관 보존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면적이 작고 생물종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이유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올해 안으로 주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망월지를 생태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올챙이 수백만 마리 폐사 참사도  

수성구가 망월지를 생태·경관 보존지역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2022년 올챙이 99.9%가 몰살되는 ‘대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망월지 생태·경관 보존지역 추진 과정에서 건축물 허가 등 제약이 발생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70대 남성이 망월지 수문을 계속 개방해 두꺼비 올챙이를 집단 폐사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망월지 생태 용역 결과 수위가 급격히 낮아진 탓에 이곳에서 살던 두꺼비 올챙이 99.9% 이상이 수분 부족으로 집단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에 산란한 알 328만∼365만여 개 중 약 고작 1680마리(0.05%)만 생존했다.

대구 수성구 옥수동의 농업용저수지인 망월지는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다. 매해 5월말 새끼 두꺼비 300만마리가 서식지인 옥수골로 이동한다. 사진 대구경북녹색연합

대구 수성구 옥수동의 농업용저수지인 망월지는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다. 매해 5월말 새끼 두꺼비 300만마리가 서식지인 옥수골로 이동한다. 사진 대구경북녹색연합

대구지법에 따르면 이 남성은 2022년 4월 17일부터 22일까지 망월지 수문을 계속 열어놔 저수지 수위를 급격히 낮췄다. 같은 달 20일 수성구에서 두 차례에 걸쳐 망월지 수문을 열지 말라는 협조공문을 보냈는데도 이를 거부했다. 이 남성은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