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NIM)' 지킨 銀…피벗 전망, 대출 규제에도 이자이익 지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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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전망과 가계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올해 1분기 높은 이자이익을 또 거뒀다. 저원가성 예금 등으로 비용을 낮추면서, 수익성을 지킨 영향이다. 다만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배상금에 전체 순이익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국내 銀, 이자이익 1년 새 2000억원 더 늘어

18일 금융감독원의 ‘1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은 총 5조3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1분기(7조원)와 비교해 1년 새 1조7000억원(24.1%)이 줄었다. 다만 이는 ELS 배상금(1조8000억원)이 영업외손익으로 잡히면서 생긴 일시적 감소다.

국내은행 1분기 실적. 금융감독원

국내은행 1분기 실적. 금융감독원

ELS 배상금 같은 영업외손익을 빼고, 1분기 국내은행의 순수 이자이익(14조9000억원)은 지난해 1분기(14조7000억원)보다 오히려 2000억원(1.6%)이 증가했다. 지난해는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에 과도한 ‘이자 장사’를 했다고 비판받았던 시기다. 하지만 올해 1분기는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보다도 더 많은 이익을 냈다.

고금리 지속, 저원가성 예금에 수익성 향상

원래 은행 실적 전망은 올해 좋지 않았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컸고,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금융당국 규제도 더 촘촘해져서다. 통상 기준금리를 내리면, 예금과 대출금리 격차도 줄어 은행의 이자이익도 감소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밀리면서, 고금리 국면이 이어진 점이 은행 수익에 도움이 됐다. 여기에 최근 요구불 예금 같은 저원가성 예금도 증가해, 은행의 자금 유치 비용을 낮췄다.

1분기 국내은행 실적. 금융감독원

1분기 국내은행 실적. 금융감독원

실제 1분기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63%로 지난해 4분기(1.63%)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순이자마진이란 은행이 대출 등 자산을 운용해 통해 번 돈에서 자금 조달비용을 뺀 금액을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금액이다. NIM이 높으면 은행이 같은 자산으로 더 많은 이자이익을 뽑아낸 것으로 그만큼 수익성을 높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분기는 2월이 포함돼 다른 분기보다 영업일이 작다. 이 때문에 보통 NIM이 줄어들지만, 올해 1분기는 예상외로 선방한 것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NIM(1.686%)은 지난해 4분기(1.654%)에 비해 0.032%포인트 오히려 상승했다.

투자처 잃은 대기자금에 은행 조달비용 하락

1분기 은행 수익성을 개선한 저원가성 예금 증가는 올해 금리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글로벌 긴축 정책이 본격 진행됐던 지난해에는 은행들이 높은 예·적금 금리를 제시하며, 자금 유치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올해는 시점은 불투명하지만, 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 예상되면서 고금리 예·적금 상품들이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시장도 지지부진해 지난해 예·적금에 몰렸던 자금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단 요구불 예금 등으로 자금을 대기시키는 경향이 짙어졌다. 저원가성 예금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지만, 금리가 저렴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춘다. 그만큼 수익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저원가성 예금(656조9745억원)은 지난해 4분기(625조6141억원)와 비교해서 31조3604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 중심 대출 총량도 늘어

금융당국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 총량도 늘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1분기 국내은행의 이자수익자산은 322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03조2000억원(3.3%) 증가했다. 급격한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어느 정도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대출도 함께 늘어나서다.

특히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는 등 가계대출 규제를 더 강화하자, 기업대출로 새 수익원을 찾고 있다.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기업대출잔액(785조1515억원)은 지난해 말(767조3139억)과 비교해 17조8376억원 늘었다.

박준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 환경 개선, 저원가성 예금 유입 증가, 수익성 관리 기조 등에 따른 NIM의 개선이 (1분기 실적에서) 주효했다”면서 “이러한 기조가 지속할 여지가 큰 만큼, 올해 연간 이자이익은 양호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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