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무 복귀 일성 "행정권력 남용 억제, 국회가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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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휴가에서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복귀 일성으로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를 강조했다.

지난 9일부터 입원 치료 겸 휴가를 갔던 이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해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인 총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당무에 복귀했다. 검은색 양복에 파란 넥타이를 맨 이 대표는 가슴 한쪽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회의장에 입장해 당선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4.05.1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4.05.16

이 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 국민들께서 (22대 총선에서) 정권에 대한 명확한 심판 의지도 드러냈지만, 한편으로 민주당에 대한 큰 기대와 책임을 부과하고 있기도 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행정권력은 집권여당이 가지고 있지만, 행정권력을 과도하게 남용하고 또 국민의 뜻에 어긋나게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국회가 해야 될 중요한 당면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 큰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국회의장단을 구성하는 것은 의원 개개인의 선호의 문제를 넘어서서 국민과 당원, 대한민국의 운명이라고 하는 것을 두고 판단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정부가 단독 회담 당시 소통과 협치의 뉘앙스를 풍겼지만 금세 제자리로 돌아갔지 않느냐. 그에 대한 강력한 입법부의 견제 역할이 중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초선 당선인 워크숍에서도 이 대표는 다수당으로서 민주당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발언에서 이 대표는 “공직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 나의 1시간은 5200만명의 시간으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108번뇌라는 말도 있지만, 그런 걸 걱정하지 말고 왕성하게 활동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108번뇌’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을 업고 17대 국회에 입성한 당시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들을 일컫는 말로, 이들은 정부와 당 지도부의 결정에 여러 차례 반기를 들며 논란을 빚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총회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4.05.1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총회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4.05.16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일주일간 당에선 연일 이 대표의 당 대표 연임론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최근 당 결속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이 대표가 사실상 연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재명의 민주당’을 다져가는 과정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초선 당선인 총회에서도 이 대표는 ‘당과 국회의원의 관계는 부분이 아니라 유기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3일 열린 전체 당선인 총회에선 “우리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도 민주당이라는 정치 결사체의 한 부분”이라며 결속을 강조했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이 대표는 ‘대선을 위해서 각자 지역구 관리도 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의장단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연임론에 대해 “아직 임기가 네 달 가까이 남았기 때문에 그렇게 깊이 생각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거리를 뒀다.

이 대표는 당분간 라인 사태와 채상병특검법 등 윤석열 정부를 직접 겨냥한 메시지를 내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전국을 돌며 ‘당원 집회’도 연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18일 5ㆍ18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뒤 19일에는 충청에서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당원 대상 집회를 할 예정이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후엔 부산에서, 이후 강원ㆍ서울ㆍ경기 등 전국에서 당원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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