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차이나 중국읽기

‘중국 제조 2025’가 만든 균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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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8개월여 남았다. ‘중국 제조 2025’의 목표 연도 말이다. 86%의 성공률이란다(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분석). 이 신문은 ‘2018년 본격화된 미국의 대(對) 중국 경제 압박 속에서 거둔 성과라 더 의미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산업을 어떻게 바꿨을까?

샤오미 설립자 레이쥔이 스마트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건 3년 전이다. 정말이지 ‘뚝딱’ 만들었다. 지난 3월 스마트 전기차 ‘SU7’ 시판에 들어갔다.

남아공의 수도 케이프타운에 등장한 BYD 전기차. 남아공 현지 버스회사가 수입해 운행하고 있다. [신화통신]

남아공의 수도 케이프타운에 등장한 BYD 전기차. 남아공 현지 버스회사가 수입해 운행하고 있다. [신화통신]

중국의 전반적인 제조 역량이 있기에 가능했다. 중국은 운동화에서 자동차, 이쑤시개에서 로켓까지 만든다. 기술도 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스마트 운용 기술도 뒤지지 않는다. 시장이 받쳐준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레이쥔은 판매 걱정 없이 SU7을 내놓을 수 있었다. 품질을 두고 말이 많지만 어쨌든 샤오미는 그들의 생태계에 자동차를 추가했다.

‘제조 역량, 기술, 시장.’ 산업 발전에 필요한 3요소다. 중국은 그걸 다 갖춘 나라가 됐다. 그게 ‘중국 제조 2025’가 만든 변화다.

세계화 시대에는 제조와 기술, 시장이 따로 움직여도 됐다. 독일에서 개발한 기술로,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팔았다. 그러나 지금은 공급망 분절(分節)의 시대다. 전 과정을 모두 자국에서 처리할 수 있는 나라가 우위에 선다. ‘중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서방 산업계는 중국의 하이테크 제품 공습에 떨고 있다. 유럽 태양광 업계는 이미 초토화됐다. 각국은 중국의 ‘디플레 수출’을 막기 위해 보호 장벽을 높게 쌓아가고 있다.

우리 일이기도 하다. 요즘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공세로 국내 유통 업계가 떨고 있다. 같은 논리다.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제조 역량이 있고, 국내 경쟁을 통해 축적한 전자상거래 기술이 있다. 방대한 시장이 주는 ‘규모의 경제’는 초저가 상품을 만들었다. 역시 ‘제조·기술·시장’의 조화다.

‘중국 제조 2025’는 내년 퇴장한다.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하이테크 육성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 상용 우주항공, 바이오 등 범위는 더 넓어지고 있다. 서방은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제조 2025’는 곧 끝나지만, 글로벌 경제에는 또 다른 균열이 시작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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