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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수업 방해, 부모는 신고"…교사 63% '그만두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지난 3월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3년 차 초등교사 부부인 A씨(28)는 최근 교직원공제회에서 신혼 대출을 알아보다가 포기했다. “교사를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생각이라 ‘차라리 받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달 운동회를 앞둔 A씨는 아이들이 싸우거나 다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학부모가 언제 어떤 불만으로 전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긴장 상태”라며 “수업 준비만큼 민원에 신경 쓰는 내 모습을 볼 때면 ‘이게 교사인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교직 생활에 만족하는 교사가 10명 중 2명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 10명 중 6명은 교직을 떠날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직 만족’ 22.7%…“추락하는 교권 때문”

9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의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는 질문에 긍정 응답자는 22.7%(2576명)로 집계됐다. “최근 1년 동안 이직이나 사직(의원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교사는 응답자의 63.2%(7182명)에 달했다. “교사란 직업이 사회에서 존중받고 있다”고 답한 교사는 4.5%(511명)에 불과했다. “보수에 만족한다”는 교사는 2%(231명)에 그쳤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의 만족도가 떨어진 원인으로 ‘교권 추락’을 꼽았다. 최근 1년간 “학생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57%, “학생의 보호자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은 53.7%로 나타났다.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가 의심되는 학생에게 심리 검사를 권고하면 ‘우리 애를 정신병자 만든다’고 항의하는 식”이라며 “교직을 몇 년 겪어 본 30대 초·중반 선생님들이 이직·사직을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원 대응, 행정 업무하다가…정작 수업이 뒷전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뉴스1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뉴스1

교사들은 “지난해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 4법’이 개정된 이후로도 학교 근무 여건이 좋아지지 않았다”(78%)고 봤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 때문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77.1%)거나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하는 제도가 잘 운용되지 않는다”(60.6%)고 했다.

민원 응대 시스템에도 응답자 58.3%가 불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등 내용의 교권 보호 4법이 생겼는데도 응답자 84.4%가 “최근 1년간 정서적 아동학대 고소를 걱정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과도한 행정 업무도 교사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업무 과다 및 행정업무 부담이 교원의 전문성 개발을 저해한다”고 응답한 교사들이 76.3%였다.

다만 교직에 대한 교사들의 자긍심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의 직업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교사들이 71.3%에 달했다. 교사노조는 “교사들은 가르치고, 학생들은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과 입법이 강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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