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서울 수송동-시원한 게 찌개에 새콤한 해삼 초 별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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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집에서 식사할 때는 대부분 그 반찬이 그 반찬이고 종류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해도 물린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밖에 나와서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몇 끼를 계속해 먹지 못한다.
외식이 잦은 나로서는 그때마다 집에서처럼 부담 없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음식점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 8년전 내 구미에 맞는 음식점을 발견하곤 지금까지 애용해오고 있다. 바로 서울 수송동에 있는 수정(733-6460)이라는 한-정식 집이다.
이 음식점은 조계사 입구에서 종로 쪽으로 10m쯤 가다보면 첫 번째 골목 안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 골목길에 옛날 기와집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이 집을 찾을 때마다 그윽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다.
이 집에 들어서면 방 자체가 가정집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며 정갈하고 깔끔한 반찬들은 정말로 내 집에서 식사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호박전·생선전·부추전 등 각종 부침개와 나물들은 하나 하나에 정성이 깃들여 있고 해삼을 멸치국물에 넣고 간장·식초·설탕 등으로 새콤달콤하게 맛을 낸 해삼 초는 이 집만의 별미다.
거기다 시원하게 끓인 게 찌개를 곁들이면 점심이건 저녁이건 만족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1인당 1만5천원으로 약간 비싼 듯하나 이런 푸근한 분위기 때문에 점잖은 손님들과 함께 식사할 때는 언제나 이 집을 찾게 마련이다.
더구나 집에서처럼 계속해서 몇 끼를 먹어도 늘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여러 차례 각기 다른 손님들을 동반, 점심·저녁으로 들러도 물리지 않고 부담 없어 좋다.
정식 외에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은 새우해삼볶음·낙지볶음 등으로 한 접시에 1만원씩이다.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깍듯이 예절을 갖춰 시중드는 종업원들은 영락없이 내 집 식구들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손님을 접대하는 방이 모두 다섯 개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음식 맛을 음미할 수 있으며 게다가 도심답지 않게 널찍한 주차장은 손님접대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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