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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志道據德依仁游藝(지도거덕의인유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논어』의 해당 원문은 구절마다 어조사 ‘어(於: …에)’가 끼어있는 “지어도(志於道), 거어덕(據於德), 의어인(依於仁), 유어예(游於藝)”이다. 요즈음 말로 풀어 설명하자면, “인륜 본연의 바른 길에 뜻을 두고(志於道), 그런 도를 행하여 얻은 덕을 굳게 지키며(據於德), 사욕을 떠나 인을 생활화하고(依於仁), 예(禮:매너), 악(樂:음악), 사(射:활쏘기-스포츠), 어(御:말 부리기-운전), 서(書:글쓰기-키보드 활용), 수(數:수학-컴퓨터 조작) 등 생활에 필요한 각종 기능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듯이 익혀야(游於藝) 한다”는 뜻이다. 공자는 형이상학적인 도, 덕, 인과 함께 형이하학적 실질기능인 매너, 음악, 스포츠, 운전, 컴퓨터 조작 등도 중시하여 이론과 실천,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추구한 것이다.

據:근거 거, 依:의지할 의, 游:놀 유, 藝:기예 예. 도에 뜻을 두고, 덕에 근거하며, 인에 의지하고, 예에서 놀다. 35x66㎝.

據:근거 거, 依:의지할 의, 游:놀 유, 藝:기예 예. 도에 뜻을 두고, 덕에 근거하며, 인에 의지하고, 예에서 놀다. 35x66㎝.

도, 덕, 인은 인공지능(AI)과 관계없이 인류 스스로 닦아야 할 ‘사람 몫’의 덕목이므로 AI에게 맡길 수도 없고 맡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유어예(遊於藝)’ 즉 ‘각종 예·기능을 놀듯이 자유자재로 다루는 일’은 갈수록 AI에게 맡기는 추세이다. 행복일까, 불행일까? 자식이 말한다. “어머님! 제가 다 해드릴 테니 어머님은 그저 편히 앉아 계세요!” 과연 효도일까. 그 어머님은 행복할까.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