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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 주식의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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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을 통해 뉴욕증시에 우회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의 보유 지분 가치는 4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장 현금화하기는 힘들어 현재 그가 처한 재정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자기의 이름값을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를 따르는 극우 사용자로만 이뤄진 이 소셜미디어가 정말로 그만한 가치를 갖고 있을까?

트루스 소셜은 매출은 미미하고 앞으로 특별한 성장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적자기업이다. 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트루스 소셜의 주식을 사는 것은 트럼프에 대한 응원이고 지지표현일 뿐이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개미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자신의 좋아하는 기업의 주식에 집중 투자해서 주가를 치솟게 한 ‘밈(meme) 주식’ 열풍이 불었다. 인터넷 농담을 뜻하는 밈은 소셜미디어에서 단결한 투자자들의 상징이 되었다. 당시 밈 주식의 발상지였던 소셜미디어 레딧(Reddit)도 최근 주식을 상장했다. 웹사이트 방문자 기준으로 세계 7위인 레딧은 거대한 팬 그룹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밈 주식 열풍이 돌아온다는 얘기는 지난해 말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오랜 전통의 의류회사 애버크롬비앤피치나 텍사스로드하우스처럼 투자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기업의 주식들이 실적과 무관하게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3년 전처럼 뜨거운 열풍은 아니지만, 이런 주식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만으로 투자하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 밈 주식 열풍 때처럼 이번에도 많은 사람이 돈을 잃겠지만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기업에 대한 응원 비용으로 생각할 거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