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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저축에서 투자로’ 정책의 장기 리스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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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일본 정부는 국민의 자산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자산소득 배증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월에는 2014년 도입한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대폭 수정해 신형 NISA를 선보였다. 파격적인 세금 공제로 가계 투자를 촉진하는 신형 NISA는 ‘저축에서 투자로’ 캠페인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이 캠페인은 젊은 세대가 미래 은퇴를 대비하는 데 필요한 장기투자를 유도한다. 공공 연금 제도가 더는 노후를 책임질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일본의 막대한 국부를 최대한 적극적·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는 데 중요하고도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축에서 투자로’ 캠페인이 장기적으로 국부의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현재 가계 자산의 50% 이상이 현금과 예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의 30%는 보험·연금이 차지한다. 일본 가계 투자의 양대 특징은 위험 회피와 국내 집중 투자다. 신형 NISA는 이러한 성향에 점차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신형 NISA 계좌 유입 내용을 살펴보면, 가계들은 세계 주식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강력했다. 국내 자산의 수익률 전망이 좋지 않아 장기적으로도 해외 자산 선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저축에서 투자로’ 캠페인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저축액을 노년층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령대는 수익 추구보다는 일본 엔화로 된 연금 가치의 보존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인구가 계속 노령화되면서 ‘저축에서 투자로’의 영향력이 서서히 강화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노령화는 국부를 확대한다. 늘어난 국부를 젊은 세대가 상속받게 된다. 젊은 세대는 투자 기간에 대한 관념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장기적이며 수익에 대한 욕구도 더 크다. 상속자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외국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 투자 유출이 지속해서 확대되어 엔화에 구조적인 환율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다. 기업 부문의 외국 직접투자 상승 추세와 맞물리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역 흐름이 아니라 자본 흐름이 환율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계 부문이 은행예금과 보험상품 투자를 줄이면, 은행과 보험사의 국채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현재 은행과 보험사는 중앙은행에 이어 국채 보유 규모가 두 번째와 세 번째다. 이는 민간부문의 초과 저축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쉽게 채울 수 있는 기존의 금융 균형이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요구하는 시장의 압력을 더 강하게 받게 될 것이다.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