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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침 묵상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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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고진하 시인

고진하 시인

봄비 내리던 날, 연하디연한 풀이 아스팔트를 뚫고 새순을 피워올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스팔트를 들어 올리는 저 식물 잭(jack)은 몇억 톤의 힘을 내장하고 있는 것일까.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노자의 잠언도 그렇지만, 천국의 주인으로 어린아이를 지목한 예수의 눈짓도 금방 이해되었다. 굳세고 강한 것의 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좌절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빛을 향해 생명의 길을 내는 식물의 부드러움의 힘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고진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