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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何有於我哉(하유어아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수시로 ‘내게 뭐가 있단 말인가?’, ‘내가 잘하는 게 뭐란 말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겸손하다. 자학하며 기죽어 살라는 얘기가 아니다. 스스로 돌아보며 겸손하게 성찰하는 삶을 살자는 뜻이다.

공자 같은 성인도 “묵묵히 배우고, 배우면서 싫증 내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깨우쳐 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등, 이런 일 중에 내가 하나라도 잘하는 게 뭐가 있단 말인가?”라고 말하며 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했으니 말이다.

何: 무엇 하, 於: 어조사 어, 我: 나 아, 哉: 어조사 재. 내게 뭐가 있단 말인가! 24x64㎝.

何: 무엇 하, 於: 어조사 어, 我: 나 아, 哉: 어조사 재. 내게 뭐가 있단 말인가! 24x64㎝.

공자의 이런 반성으로부터 ‘학이불염(學而不厭:배우기를 싫어하지 않음)’, ‘회인불권(誨人不倦: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음)’이라는 교육자의 필수 덕목에 대한 명언이 나왔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각급 학교 현관에는 “학이불염, 회인불권(學而不厭, 誨人不倦)”이라는 명언을 쓴 서예작품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서예작품 속의 이 구절을 날마다 음미하며, ‘과연 나는 잘하고 있을까?’하고 성찰하는 교사가 있는 학교는 절로 아름답고 깊은 교육이 이루어지리라. 허나, 우리 교육이 무모하리만치 한자를 도외시하면서 이런 서예작품이 거의 다 사라졌다. “學而不厭, 誨人不倦” 서예작품이 학교마다 다시 걸리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한글은 한자를 함께 사용할 때 더욱 빛난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