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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민영의 마켓 나우

주식시장, 언제까지 ‘홈바이어스’로 버틸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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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전 세계 주식시장 규모는 2022년 말 현재 101조 달러(13경 442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2500조원이 채 안 된다. 글로벌 주식시장 내 비중이 2% 정도다. 한국 주식 투자자들의 ‘국내 대 국외’ 투자 비중은 어떻게 될까. 기관투자자들이 31%를 국내에 투자하고 있고, 개인의 경우 이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초기 국내투자만 가능했던 데다 투자 인프라 및 기업 정보 제약, 환전·환율 문제, 시차 등이 원인이지만,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국내시장 편중 투자를 뜻하는 ‘홈바이어스(home bias)’가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최근 해외증권 투자에서 개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앞으로 홈바이어스가 빠르게 약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먼저, 해외투자 문턱이 낮아졌다. 선진시장보다 한국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낮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 해외시장이 늘어났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성향도 급격히 변모했다. 베이비부머 등 급증하는 대졸 이상 자산가 은퇴자들이 거리낌 없이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MZ로 상징되는 젊은 투자자의 비중 확대 역시 홈바이어스 완화 요인이다. 투자자산 다변화도 위협요인이다. 특히 대표적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시장의 하루 거래 규모가 거래소 시장 거래 규모를 넘어서는 등 강력한 대체시장이 됐다.

이런 추세로는 한국 주식시장의 수요기반 약화는 시간문제다. 시장이 활력을 잃고 주식투자자들의 국내시장 탈출이 확대되어 투전꾼들의 투기판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기업들이 대주주가 아닌 주주 친화적인 경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 역할을 못 하는 기관투자자의 각성도 요구된다. 최근 정부가 시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도 지속적이고 일관된 실행을 통해 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전형적인 이기주의적 산업정책은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주어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하게 한다. 이기주의적 금융 산업정책은 주식시장 활성화다. 지난날 이기주의적 금융정책의 초점은 자국 통화가치 절하였지만, 인근 궁핍화라는 비난을 부른 데다 결국엔 자국기업 경쟁력 강화 효과도 약해졌다. 이보다는 직접 국민의 부를 증대시키고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는 주식시장 활성화가 훨씬 임팩트 있다. 주식시장 활성화는 인구 고령화 시대 글로벌 경제전쟁의 또 다른 전장이다. 혁신과 성장으로 세계의 돈을 끌어당기는 미국. 통화 발행으로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매입해 주식시장을 살리는 일본 중앙은행. 이들을 보고 무엇을 깨달아야 할까? 적극적인 시장 활성화 정책은 둘째 치고, 기업의 제값도 못 찾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에 던지는 질문이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