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를 반죽할 때면 나는 밀을 키워준 땅과 영적으로 교감한다. 빵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화덕 속에 반죽을 넣어 빵을 만들 때마다 정성을 다하는데 빵은 내 가족의 몸과 영혼을 살리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빵을 먹을 때마다 이 물질의 선한 에너지를 어떻게 지구 공동체에 되돌릴 것인가 생각한다. 내가 빵에 대한 고마움을 품고 환히 깨어서 산다면 내가 먹은 것이 세상을 살리는 사랑의 행동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
고진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