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완벽하고 안전한 디지털전환을 향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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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우 KB증권 CIO

증권업의 디지털 서비스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요소는 장애 리스크 최소화다. 단 1초라도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이는 곧 고객의 재산상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기민하면서도 안정적인, 그야말로 완벽한 디지털 세상을 구축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KB증권의 홍성우 CIO를 만나 KB증권의 무결점을 향한 디지털전환 스토리를 들어봤다.

2019년부터 KB증권의 디지털 전환 작업을 실행해가고 있는 홍성우 CIO. 그는 2022년 대형 IPO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이후 IT 신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사진:KB증권

2019년부터 KB증권의 디지털 전환 작업을 실행해가고 있는 홍성우 CIO. 그는 2022년 대형 IPO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이후 IT 신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사진:KB증권

2022년 1월 18~19일,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어로 꼽히던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이 있었다.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을 필두로 총 7개 증권사에서 청약을 진행했고, 총 442만4000여 건의 청약이 일어나 중복 청약이 금지된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KB증권은 이날을 큰 성공을 거둔 역사적인 날로 기억한다. 자사 플랫폼에서 213만1530건에 이르는 청약 건을 그 어떤 장애 없이 치러냈기 때문이다. 홍성우 KB증권 CIO는 “사람이 몰릴 땐 동시 접속자 수가 약 104만 명까지 치달았는데 2019년 초 4만 명대인 걸 감안하면 25배를 뛰어넘는 수치였다”면서 “오랜 기간 준비한 일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임직원 모두가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해 KB증권은 ECM(주식발행시장) 분야 1위는 물론 IB(투자은행) 분야에서 쿼드러플 크라운(4개 분야 1위)을 차지했다.

KB증권이 역대급 IPO를 문제없이 마칠 수 있었던 건 수년간 다방면으로 디지털전환에 힘써온 덕분이다. KB증권은 2018년부터 디지털전환 전문조직(DT전략, IT, 정보보안)을 꾸려 매년 10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자했고, 다양한 핀테크 기업과 손잡고 제휴 생태계를 확장했다. 홍 CIO는 “증권사 대부분이 2018년 디지털전환에 돌입했지만 이듬해 터진 코로나19로 DT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면서 “동학개미운동으로 증권사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의 동시 접속자 수가 말 그대로 폭증했는데, 이를 버티지 못해 시스템에 장애가 생긴 회사들은 고객의 피해를 보상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증권업계에선 시스템의 안정성 확보가 우선순위로 떠올랐고 KB증권도 그 준비에 소홀하지 않았다. 그는 “대형 IPO를 준비할 때도 시스템을 증설하고 서비스를 자동화하는 등 트래픽 급증에 견딜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KB증권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빅테크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의 WM(자산관리), S&T(세일즈앤드트레이딩) 중심의 디지털전환에서 IB, 글로벌 영역까지 확대 중이다. 특히 타 증권사 대비 많은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리테일 부문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례로 비대면 고객 상담 조직인 Prime 센터를 별도로 구성해 고객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비대면 고객관리를 위한 상담 포털, 화상을 통한 상품판매 절차 등 디지털 비즈니스 기능을 확대해 영업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KB증권의 DT를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이는 홍성우 CIO다. 그는 DT전략, 정보보안부서와 협력해 디지털전환의 큰 그림을 그리고 IT본부를 진두지휘하며 그 그림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홍 CIO는 1991년 KB국민은행에 입사해 기술 아키텍트, 수신IT 개발부장, IT서비스 개발부장, 글로벌플랫폼구축 부장을 역임하고 계열사 간 협업·역량강화, 그룹 인적·문화적 시너지 창출을 위해 2019년 6월 KB증권 IT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그는 현재 빅데이터, 생성형 AI 등 IT 기술을 활용해 KB증권의 디지털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IT 역량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홍 CIO를 지난 2월 15일, 여의도에 있는 KB증권 본사에서 만났다.

2019년 CIO 자리에 올랐다. 지금까지 KB증권의 디지털 전환에 어떤 진전이 있었나.

2019년엔 IT부서가 코로나19로 촉발된 증권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성과로 직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이후 2020년엔 오픈 API 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해 제휴사가 우리 시스템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그리고 2022년엔 앞서 말한 대로 대형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런 노력과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자사 MTS인 KB M-able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증권·투자업 부문 1위를 달성하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

CIO 부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뭔가.

여러 가지 데이터를 모니터링한 결과 개인투자자가 증가할 조짐이 보였다.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 시스템을 증설하는 등 대응 작업을 했다. 또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있던 KB증권의 전산센터를 김포에 있는 그룹 통합 전산 시스템 관리소로 이관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났을 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LG엔솔의 IPO를 성공적으로 마친 비결이 궁금하다.

트래픽 급증은 시스템만 증설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웬만한 서비스는 자동화해야 부하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시스템이 돌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요소라도 사전에 제거했다. 우린 이 작업을 세밀하게 꽤 오랫동안 진행했다.

KB증권만의 디지털전환 전략은 무엇인가.

저성장, 저금리, 디지털·플랫폼의 초개인화 등으로 증권사가 성장하기에 매우 척박한 환경이다. 업계 내 경쟁도 치열하다. 우린 KB금융그룹 계열사 간의 협업으로 시너지효과를 꾀한다. 계열사 간 통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등 KB슈퍼앱 전략을 함께 추진한다. 더불어 디지털전환을 위한 조직을 DT·IT·정보보안 부서로 세분화해 더욱 전방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DT본부에서는 전략을 세우고 IT본부에서는 실행하며 정보보안부서에서는 검토하는 시스템이다.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팀이 나눠져 있다면 의견 차이가 생길 법도 한데.

전략을 세우는 입장에서는 빨리 결과가 나오길 원하지만 실행하는 입장에선 속도보다 안정성이 우선이다. 당연히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전략 수립 단계부터 세팀이 모여 합동 회의를 진행한다. 무엇보다 MAU 등 KPI 항목이 동일하기 때문에 우린 결국 원팀이다.

2020년 오픈 API로 전환하는 일에 힘썼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오픈 API를 활용하면 전산시스템이 없는 자산운용사도 KB증권을 통해 고객의 자산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의 모든 시스템이 오픈 API 형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 일찌감치 오픈 API 구축에 힘써왔다. 그동안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파운트, 쿼터백자산운용 등 로보 어드바이저 회사와 제휴해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제공해왔다. 지난해에는 ‘핀테크 스토어’라는 오픈 API 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해 이전보다 더 많은 핀테크 업체와 서비스를 제휴할 예정이다. 업계에서 KB증권이 앞서 있는 영역이다.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핀테크 기업까지, 제휴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맞다. 기술력은 있으나 라이선스(자문, 일임 등)가 없는 일반 핀테크 기업은 계좌개설기관인 은행, 증권 등과 반드시 협업해야 한다. KB증권 BaaS플랫폼 내 오픈 API를 통하면 빠르게 증권사와 연동할 수 있다. 커피하우스, 더리치, 이자 등 많은 핀테크사와 B2C, B2B로 협업해 3만 개 넘는 연계계좌를 개설했다. 더불어 카카오톡과 함께 ‘카카오챗봇 증권서비스’를 선보여 사용자가 채팅을 통해 주식 현재가를 조회하고 비대면 계좌개설, 금융상품 정보 조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토스뱅크와는 KB페이, 발행어음 서비스 등을 제공해 다양한 투자수단과 금융 서비스를 제휴사 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많은 기업이 DT를 시도하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는 건 3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실패의 원인으로 기술우선주의, 사람을 간과하는 오류 등이 주로 지목된다. KB증권은 어떤가.

그렇기 때문에 임직원의 디지털 교육, 친밀감 향상에 공들이고 있다. 2023년에는 그룹 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손쉽게 가상 세계를 체험하게 하고, 업무 자동화 시스템인 RPA 고도화를 통한 스마트 워크플레이스를 구축해 디지털전환의 중요성을 경험하고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생성형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IT 조직에서 선도적으로 서비스 Use Case를 도출하고, 자체 POC(개념증명)나 워크숍, 기술시연 등을 진행한다. 임직원의 기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잘 활용하고 있는 IT 신기술은.

신기술은 대표적으로 ABCD(AI, Blockchain, Cloud, Data)가 있다. 우선 생성형 AI는 현재 POC를 진행 중이다. 오픈 예정인 Stock GPT는 고객의 투자 정보들을 요약하거나 맞춤형 투자 안내 등을 진행하는 서비스다. 현재는 법적인 이슈 때문에 직원용으로 만들어 서비스를 활용해보고 있다. 또 AI 금융 상담 시스템이 있는데, 고객이 영업점에 오면 AI가 상품을 설명해주는 서비스다. 더불어 상담직원이 고객에게 상품을 안내할 때 멘트가 불완전판매, 이를테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가입한 상품이다’는 식이라면 AI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려 경고한다. 또 GPTs(커스텀 GPT)도 활용하고 있다. 사내 직원들이 사용하는 ‘오피스 프로’라는 매체가 있는데 직접 생성형 AI를 활용해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정 업무를 처리할 때 필요한 부분들을 생성형 AI에서 학습하게 한 이후 다른 직원들도 해당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시뮬레이션 중이다.

클라우드 기업 AWS와는 KB M-able의 접속 방식을 개선하여 고객 경험을 향상했다.

증권 서비스 특성상 유연한 서비스 환경이 매우 중요하고 가장 적합한 형태가 클라우드라고 생각한다. 다만 서비스 안정성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클라우드로의 이전과 확대를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AWS 도입 당시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CSP사 중 AWS가 유일하게 멀티캐스트 데이터전송 방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운영 기능, 운영 성능, 운영 안전성, 인프라 구성 등 다양한 적정성 요소를 검토했고, 안정적인 증권 서비스를 위해서 AWS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AWS는 백화점처럼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들을 조합하면 다양한 비즈니스 요건에 맞는 설계와 운영이 가능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금융업계의 다양한 클라우드 모범 사례를 보유하고 있고, 설계에서부터 도입까지 전문적인 기술 자문을 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이 외에도 시스템 장애 대응에서부터 다양한 이론·실습 교육까지 지원해준다. 예를 들면 AWS Immersion Day 교육 세미나를 통해 클라우드 네트워크, 컴퓨팅, 데이터베이스, 스토리지 외에도 마이그레이션, 컨테이너,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영역을 실습·경험해볼 수 있어 임직원들의 역량이 강화됐다. 무엇보다 AWS와 협업함으로써 KB M-able의 신규 서비스 출시기간을 80% 이상 단축했고, 최대 60만 명의 동시 사용자에 대한 거래 데이터 제공 시간을 10% 단축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AWS 이외에도 다양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는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꾀하고 있다.

증권거래 등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통찰함으로써 시장지배력을 갖출 수 있다. KB증권은 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있나.

모든 업무 영역에서 데이터 활용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고객 니즈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거래정보, 행동정보, 추정정보 데이터를 활용하고 전사 표준화, 실시간 처리,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마케팅을 실행할 계획이다. 이를테면 고객 분석 체계를 만들어 AI가 직접 마케팅 기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일이다.

KB증권이 기술을 도입하는 기준이나 철학은 무엇인가.

서비스를 개발할 때 ‘업무 복잡성을 고객에게 넘기고 있는지, 고객이 복잡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개선해줄 수 없는지’를 항상 고려한다. 최근 IT본부 직속으로 신기술팀을 신설하고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생성형 AI 등 최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활용하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들을 하고 있다. 얼마 전 OpenAI사에서 발표한 Chat GPT 스토어에도 금융사 최초로 GPT 앱을 론칭하기 위한 작업을 IT본부 자체적으로 추진 중이다. 2월 말 론칭이 목표다. 이뿐만 아니라 생성형 AI를 사용해 사내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자체 개발·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보안 고도화를 위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KB증권은 정보보호본부에서 독립적으로 고객과 회사의 기술적·물리적·관리적 보안을 담당한다. 전자금융거래법 하위 전자금융감독규정이 ‘규칙(Rule)→원칙(Principle) 중심’으로 변화가 계속 진행 중이다. 회사에 자율과 책임을 부과하는 추세(금융보안규제 선진화)에 따라 자율보안체계 기반을 수립함은 물론 IT본부와 협업하여 ZeroTrust 기반의 유연한 업무 환경 지원, 보안강화 등 미래형 보안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더불어 클라우드 보안 인프라 확충을 통한 신기술 비즈니스 업무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증권 DT의 중장기적인 목표는.

KB증권의 디지털 전략은 한마디로 ‘비대면 전략 강화’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기술 혁신을 이뤄 KB증권의 대표 앱 KB M-able은 단순히 증권거래를 위한 서비스가 아닌 ‘종합 자산관리 금융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모든 고객의 눈높이를 고려한 플랫폼 라인업을 완성하고, 수준 높은 데이터 보안, 규제 준수, 실시간 거래 처리 능력에 중점을 두고 변동성이 큰 금융시장에서 다양한 고객의 자산관리를 커버하는 금융사가 되고자 한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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