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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能近取譬(능근취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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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는 “능히 가까이서 취하여 비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인(仁·어짊)을 행하는 방법이다”고 했다. 가까이서 취한다는 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바로 남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의 경험 사례를 들어 쉽게 말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자신이 어진 삶을 살고 있어야 그런 헤아림과 경험 사례를 갖출 수 있다. ‘능근취비(能近取譬)’는 곧 스스로 손발을 움직여 인을 실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의서(醫書)에서도 마비되어 손발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불인(不仁)하다’고 표현해 왔다.

能: 능할 능, 近: 가까울 근, 取: 취할 취, 譬: 비유할 비. 능히 가까이서 비유를 취할 수 있다면.... 23x72㎝.

能: 능할 능, 近: 가까울 근, 取: 취할 취, 譬: 비유할 비. 능히 가까이서 비유를 취할 수 있다면.... 23x72㎝.

‘이기급인(以己及人)’, 즉 자기로 말미암아 남을 헤아리고, 손발로 인을 실천하는 사람은 결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가까운 현실에서 진리를 찾아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을 한다. 실력이 있는 교육자는 쉬운 말로 감동을 주는 강의를 하고, 실력이 없는 교육자는 자신도 모르는 어려운 말만 나열한다. ‘영희는 철수와 동갑내기’라는 말만 할 뿐 끝내 몇 살인지를 가르쳐주지 못한다.

공자의 능근취비(能近取譬)는 몸으로 보여준 부처님의 ‘현신설법(現身說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에 부모나 스승 된 자는 응당 ‘능근취비’의 삶을 살아야 한다. ‘공부하라’는 잔소리 전에 먼저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