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패스트푸드 체인과 AI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유명 햄버거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가 미국에서 새로운 가격 정책을 발표해서 소비자들을 화나게 했다. ‘다이내믹 가격 정책’이라는 이 새로운 시스템은 메뉴의 가격을 똑같이 유지하는 대신, 손님이 많이 몰릴 때는 가격을 올리고, 적을 때는 내리는 방식이다. 수요에 따라 가격을 바꾸는 방식은 호텔이나 항공사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방식이다. 라이드 헤일링 앱인 우버도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 도심 등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분노한 걸까? 교통편이 아닌 식당에서 도입했기 때문일까? 반드시 그렇지 않다.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는 손님이 적은 주중 저녁에는 ‘해피아워’ 등의 이름으로 가격을 낮게 책정해서 손님을 끌기도 하고, 점심 메뉴를 따로 만들어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웬디스가 도입한 방식이 소비자에게 특별히 불리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몇 년 전부터 세계를 휩쓰는 인플레 때문에 생활비가 급상승한 상황에서 햄버거처럼 가장 싸고 쉽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가격을 시간대별로 다르게 적용해서 사실상의 가격 인상을 꾀한다는 사실이 소비자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변동형 가격 정책은 머신러닝과 AI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대만이 아니라 날씨, 기온까지 고려해서 가격을 바꿀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그저 AI가 요구하는 대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불만과 상관없이 이런 가격 정책은 점점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마트에 보급된 전자가격표시기의 경우 매장의 필요에 따라 버튼 조작만으로 가격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작업에 들어가는 노동력도 줄일 수 있고, 수요 등의 요인에 따라 가격을 바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가격이 매 순간 변화하는 세상에 들어왔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