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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K클래식, 원전 연주에도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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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지난 2월 28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제2회 서울예술상 시상식이 열렸다. 작년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한 연극·무용·음악·전통·시각·다원 장르의 순수예술작품 중 우수작들이 뽑혔다. 음악 분야의 최우수상은 김선아가 지휘하는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바흐 ‘마태수난곡’에 돌아갔다. 인류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대작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원전(原典) 연주가 주목받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시대연주(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 정격연주(Authentic Performance)라고도 불리는 원전 연주는 작곡 당대의 악기, 연주 양식, 조율법, 연주 관행 편성 등을 연구해 최대한 당대 작곡가의 귀에 들렸을 법한 연주를 추구한다. 강철 현 대신 양의 창자나 힘줄로 만든 거트현을 장착하고 비브라토 없이 연주하는 현악기의 말쑥한 음색, 밸브 없는 내추럴 호른과 바로크 관악기의 순수하고 단아한 음색 등이 떠오른다. 바로크 시대뿐 아니라 고전주의 시대와 낭만주의 시대에 이어 20세기 음악인 라벨과 스트라빈스키까지도 원전 악기로 연주하고 있고 음반들도 나와 있다.

18세기 독일에서 제작된 5현 비올론 첼로 피콜로(히데미 스즈키 소유). [사진 이현정]

18세기 독일에서 제작된 5현 비올론 첼로 피콜로(히데미 스즈키 소유). [사진 이현정]

1970년대 이후 붐을 이뤘던 본고장에 비해 우리나라는 원전 연주가 뒤늦게 시작됐다. 국내 최초 원전 연주 단체는 2002년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진이 창단한 무지카글로리피카다, 이후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바흐 콜레기움 서울, 바흐 솔리스텐 서울, 알테 무지크 서울, 거트 카페 서울, 누리 콜렉티브 등 여러 단체가 시대연주를 펼쳤다. 그럼에도 국내 원전 연주계는 아직 소수파로 분류된다.

원전 연주의 맛은 슴슴한 평양냉면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참맛을 알기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빠져든다. 그러려면 어쿠스틱이 좋은 소규모 홀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큰 음량의 자극적인 모던 악기 연주에 익숙한 일반인들이 섬세한 원전 연주의 미덕에 눈 뜰 수 있다.

그동안 ‘K클래식’이 주목받은 건 조성진, 임윤찬 등 해외 콩쿠르에서 우승한 독주자들의 약진에 힘입은 바 크다. 이제는 앙상블과 오케스트라, 원전 연주 등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공연장에서 직접 원전 연주를 들어보면 어떨까. 이달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예술상 최우수상 수상자인 김선아 지휘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바흐의 대곡 ‘요한수난곡’을 연주한다. 21일에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바로크 첼리스트 이현정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바로크 첼로로 연주한다. 1·3·6번은 75g의 활을, 2·4·5번은 80g의 활을 쓰는 등 곡의 구조와 성격에 따라 무게와 길이가 다른 활을 사용한다. 모음곡 6번은 현이 5개인 비올론첼로 피콜로로 연주한다. 한 무대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원전 연주로 펼친 건 2000년 피터 비스펠베이 이후 24년 만이라고 하니 좋은 기회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