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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병훈의 마켓 나우

노벨상 수상자도 보상 문제 피해갈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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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 월터 브리튼이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공로로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런데 특허권자는 바딘과 브리튼 두 명뿐이다. 연구리더인 쇼클리는 6년째 반도체를 이용해 증폭소자를 만드는 연구를 지휘했다. 실험 실무자인 브리튼이 거듭되는 실패로 고민하고 있을 때, 바딘이 지나가다가 잠깐 조언을 했는데 뜻밖에 결과가 좋았다. 브리튼이 쇼클리에게 이 결과를 즉각 보고하고 셋이서 특허 출원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아 나중에 사달이 났다. 쇼클리는 노벨상을 공동 수상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고, 쇼클리와 바딘의 관계는 무척 안 좋아졌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특허 규정은 일반인의 인식과 다르다. 누가 특허의 원천이 되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특허출원을 썼느냐에 따라 권리를 준다. 또 직접 실험에는 참여하지 않고 연구를 기획·지휘한 연구리더도 특허출원에 포함됐다면 특허권자가 된다.

기업과 연구자 사이에도 발명을 둘러싼 분쟁이 있다. 청색 레이저를 개발한 공로로 나카무라 슈지가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는데 회사 보상금이 보잘것없었다. 소송 끝에 니치아화학은 결국 우리 돈 약 80억원을 발명보상금으로 지불했다. 회사입장에서 보면 석사학위를 받고 입사한 슈지를 회사가 교육해서 박사학위를 받게 도왔고, 힘든 연구를 오랫동안 지원해서 그 결과로 노벨상을 받았고 UC산타바바라 교수도 됐다. 회사 입장에 공감하는 일본 대중 사이에서 슈지 박사에 대한 평판이 박하다. 그러나 일본법원은 기술개발자에게 유리하게 판결했다. 업무발명에 대한 보상강화의 필요성을 확인한 사례다.

IBM은 직원의 발명이 매출에 기여한 경우, 매출의 3%까지 발명자에게 보상하는 제도가 있었다. 2000년대 초 IBM 연구소는 특허료로 매년 5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발명자와 회사가 이익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이 한몫한 성과였다.

보상제도는 연구자의 기여도에 합당한 보상이 창의성이나 기술 발전과 밀접하다는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 한국의 특허보상제도에서는 일부 역주행도 발견된다. 실제 특허권자에 대한 특허보상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세법이나 대학 규정들이 개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이전이나 특허출원을 최소화하고, 대신 기업으로부터 산학과제를 받는 것을 선호하는 연구자들이 생길 정도다.

최근 논란이 되는 의대 선호 현상과 정원 증가 문제도 핵심은 결국 보상수준과 직업수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훌륭한 인재들이 적성과 취향에 맞춰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려면, 특허보상을 대폭 강화해 스타급 연구자를 많이 배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