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고영경의 마켓 나우

틱톡의 진격, 인니 정치·경제 흔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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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고영경 고려대 아세안센터 연구교수

고영경 고려대 아세안센터 연구교수

틱톡이 인도네시아 정치와 경제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2억7500만명으로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틱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억2500만 명이 넘는다. 틱톡에는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지난달 14일 인도네시아 대선의 승리자는 프라보워 그리고 틱톡이다.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MZ세대 대다수가 틱톡 이용자이기 때문에 후보들은 틱톡을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승리자 프라보워가 틱톡 덕을 가장 크게 봤다. 그는 독재자 수하르토의 사위였으며, 특전부대 사령관을 지낸 군부 엘리트다. 2014년과 2019년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에게 졌지만 현 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 등용됐다. 프라보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독재 부역자’, ‘권위주의적인 전직 군인’ 등 과거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70%가 넘는 조코위 지지가 프라보워-기브란(부통령 후보, 조코위의 아들)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하지만, 프라보워의 이미지 변신도 주효했다. 젊은이들은 틱톡에 보이는 프라보워의 막춤과 애니메이션, 한국식 손가락 하트에 열광했고 ‘귀엽다’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한 동영상은 조회수 500만을 훌쩍 넘겼다.

마켓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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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은 또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판을 뒤흔들었다.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의 결합인 틱톡샵은 2021년 인도네시아 출시 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를 지켜본 인도네시아 정부는 소상공인과 이용자 데이터 보호를 이유로 지난해 9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온라인 쇼핑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했다. 명백히 틱톡샵을 겨냥한 법안이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틱톡샵은 지난해 12월 토종 전자상거래 기업 토코페디아와 전격 합병했다. 토코페디아는 인도네시아 수퍼앱 고젝과 2021년 5월 합병해 고투그룹을 형성했지만, 싱가포르 SEA 그룹의 쇼피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불안한 1위를 지키고 있었다. 양사의 협력은 최적의 선택지가 됐다.

젊은이 취향을 저격한 틱톡과 틱톡샵은 동남아에서 지속성장이 예상된다. 그 인기와 영향력을 알고 있는 주변국들은 지금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응과 시장의 반응을 예의주시한다. 미디어 플랫폼이면서 이커머스 시장까지 잡아먹는 이 놀라운 중국산 공룡을 어떻게 제어하며 함께 살아가야 할지 그 길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규제가 강화되는 환경을 타개하려고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선택한 전략적 대응은 인수합병이었다. 한국은 틱톡샵이 아홉 번째로 진출하는 시장이 될 예정이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틱톡샵 활용법을 알아내려면, 틱톡이 동남아 시장에서 어떤 새로운 돌풍과 변화를 몰고 올지 한 걸음 더 가까이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고영경 고려대 아세안센터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