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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 이젠 며느리도 알아요”… 신당동 떡볶이 원조집 그 맛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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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호 26면

이민영의 ‘SNS시대 노포’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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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노포’라고 하면 보통 설렁탕, 불고기, 평양냉면 등을 파는 식당을 떠올린다. 한 끼 식사를 파는 이런 ‘끼니형 음식점’ 대열에 떡볶이집을 넣어도 될까? 떡볶이는 ‘전통적인’ 식사라기보다는 간식, 불량식품 등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1960~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떡볶이는 중고교 시절 친구들과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 칠 때 혹은 단체 미팅에 나갔을 때 주로 먹던 추억의 외식이다. MZ세대에게는 생명에 직결되는 주식은 아니지만 삶을 지탱하게 하는 작은 사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살짝 엉뚱한 욕망을 상징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2018)라는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말이다. 한편,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핫(hot)함’을 상징한다. BTS 지민처럼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외국인이 늘고 있고, 미국 대형마트의 떡볶이 밀키트 판매량과 떡볶이 전문식당 수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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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어릴 때 맛본 떡볶이는 별로였다. 떡이 너무 커서 씹기도 힘든데, 무섭게 벌겋고 너무 매웠다. 그래서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세계를 다니며 온갖 음식을 먹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한 장르의 음식을 맛보았다 말하려면 그 음식을 가장 잘 하기로 소문난 곳에서 먹어봐야 한다는 것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나처럼 떡볶이를 제대로 먹어 보겠다고 결심한 이들이 반드시 가게 되는 곳이 있다. 무려 1953년에 오늘날과 같은 고추장 떡볶이를 최초로 만든 곳, 미쉐린 가이드북에도 오른 유명한 곳, 바로 ‘마복림할머니떡볶이(사진1)’다.

마복림 할머니의 창업 이후 떡볶이는 60년대 미국 정부의 밀가루 원조, 박정희 정부의 분식 장려운동, MB의 청계천 복원사업 등 여러 배경과 맞물려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 덕분에 생긴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서 가장 긴 줄이 늘어선 곳은 당연히 이곳 원조집이다. 간판에는 마복림 할머니의 사진과 1996년 고추장 CF에 출연했던 할머니가 외친 유명한 대사가 적혀 있다.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 옆에는 그 며느리가 비법을 물려받아 운영하면서 붙인 문구도 적혀 있다. “이젠 며느리도 알아요!!”

떡·오뎅·라면·치즈떡·치즈·야채·계란·만두·쫄면 등 단품 사리 가격은 1000~4000원 사이. 이들을 조합한 세트는 2인분 1만7000원(사진2), 3인분 2만원, 4인분 2만7000원이다. ‘마복림’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전용 용기에 사리가 담겨 나오면, 버너에 불을 붙이고 끓여먹으면 된다. 후기를 보면 “언제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슴슴한 맛” “추억의 떡볶이 맛집”이라는 평이 가득하다.

이민영 여행·미식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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